청주-제주 90%→70% 완화 요청 기각
全 40개 노선 면제 요청도 불수용
직원 3명 자료삭제…법인ㆍ개인 고발 의견
12월 통합 출범 앞두고 ‘첫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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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5개 항공사가 낸 국내선 공급좌석 유지의무 완화 요청 2건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대한항공 본사 현장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자료 삭제 정황에 대해서도 회사와 소속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이 12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둔 가운데, 공정위의 사후감시가 본격적인 충돌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사무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운송사업자가 요청한 시정명령 변경건 2건과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행위 건 등 총 3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심의 절차가 개시됐고, 이날 피심인들에게도 심사보고서가 송부됐다.
피심인들은 우선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 당해연도 공급좌석 수가 2019년의 70% 이상이면 공급좌석 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기준(90%)보다 20%p 낮춘 것이다. 하지만 심사관은 “시정명령 변경의 전제가 되는 ‘사정변경’이 2024년 12월 24일 변경처분 의결일 이후 새롭게 발생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이후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 사정변경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피심인들은 또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ㆍ환율 급등과 여객수요 위축을 근거로 40개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올해 공급좌석 유지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 별도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심사관은 “발권 내역을 바탕으로 노선별 여객수요를 추정한 결과 전(全) 노선에 걸친 전반적 수요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비용 상승만으로는 결합에 붙은 소비자 보호 장치를 낮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가장 무거운 대목은 조사방해 건이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이 지난 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소재 대한항공 본사 현장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 3명이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전자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관은 이를 공정거래법 상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회사와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하는 의견을 냈다. 해당 조항은 조사방해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공정위가 2022년 5월과 2024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취득을 승인하면서 부과한 시정조치의 실효성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른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는 국내ㆍ국제선 40개 노선에 대해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 이상의 운임 인상과 공급좌석 90% 미만 축소, 좌석 간격ㆍ기내식ㆍ수하물 등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을 금지하는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 이 중 34개 노선은 대체 항공사가 진입을 신청하면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해야 하는 구조적 조치 대상이기도 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향후 시정명령 변경 협의의 문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류비ㆍ환율 부담은 항공사 모두가 겪는 공통 변수인데, 이를 노선별로 입증하지 못하면 완화가 어렵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조사방해 건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정조치 이행 점검이 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며 “피심인들의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ㆍ복사, 의견진술 기회 제공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뒤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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