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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멈추지 않아도 손실… “현장자료로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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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10 15:39:29   폰트크기 변경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ㆍ한국건설관리학회 포럼

공사방해ㆍ간섭ㆍ현장상태 상이 클레임 논의

법률상 청구근거와 기술적 분석 ‘동시에’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공사에서는 자재 공급이 늦어지거나 작업공간이 좁아 공사는 계속됐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설계와 다른 지질조건 때문에 공법을 바꾸고 인력과 장비를 대기시키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사가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긴 손실을 어떻게 산정하고 입증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공사를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추가비용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만큼, 작업일보와 공문, 투입자료 등을 토대로 해당 사건이 어떤 작업에 영향을 미쳤고 얼마의 비용을 발생시켰는지 입증하는 동시에 계약상ㆍ법률상 청구근거도 명확히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정주 공정계약연구원 대표가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열린 ‘건설관리 계약ㆍ분쟁 인사이트 포럼’에서 ‘방해ㆍ간섭에 따른 추가공사비 분석과 입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소장 정유철 변호사)와 한국건설관리학회(회장 조훈희 교수)는 10일 ‘공사방해ㆍ간섭 및 현장상태 상이로 인한 클레임’을 주제로 ‘건설관리 계약ㆍ분쟁 인사이트 포럼’을 개최했다.

건설현장의 공사방해ㆍ간섭은 발주자의 자재 공급 지연이나 작업공간 부족, 지하매설물, 잦은 작업순서 변경 등으로 공사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작업이 아예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물량을 시공하는 데 더 많은 인력과 장비, 시간이 필요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현장상태 상이는 계약 당시 제공된 설계서나 지반조사 결과와 실제 현장조건이 다른 경우다. 예상하지 못한 연약지반이나 불량토사, 지하 장애물 등이 발견되면 공법 변경과 보강공사, 작업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

포럼에서는 이런 손실을 어떤 법률상 권리에 근거해 청구하고, 실제 발생한 비용을 어떻게 계산해 입증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임정주 공정계약연구원 대표는 ‘방해ㆍ간섭에 따른 추가공사비 분석과 입증’을 주제로 생산성 저하 클레임의 분석방법과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임 대표는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지연(delay)’과 공사는 진행되지만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방해ㆍ간섭(disruption)’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가 중단됐다면 지연기간을 산정해 손실을 분석할 수 있는 반면, 장비와 인력이 계속 작업하면서 생산성만 낮아진 경우에는 기존의 지연 분석만으로 손실을 제대로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해를 받지 않은 정상적인 작업조건과 실제 작업조건을 비교해 생산성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단순한 통계적 상관관계를 넘어 특정 사건이 생산성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며 “개별 사건과 영향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클레임 입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분석방법으로는 정상 작업구간과 방해를 받은 구간의 생산성을 비교하는 실측구간비교법(Measured Mile)을 비롯해 시스템 다이내믹스와 회귀분석 등이 제시됐다.

또한 임 대표는 현장의 데이터 수준과 방해 요인의 복잡성에 맞는 분석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하나의 분석 결과에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방법을 함께 활용해 손실비용의 합리적인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재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이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열린 ‘건설관리 계약ㆍ분쟁 인사이트 포럼’에서 ‘현장상태 상이로 인한 일시적 작업대기에 따른 추가비용 청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이은재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현장상태 상이로 인한 일시적 작업대기에 따른 추가비용 청구’를 주제로 터널공사에서 발생한 실제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09년 발주한 울산 국도 31호선 터널공사에서는 설계 당시 예상한 암질과 실제 지질조건이 달라 붕락과 변위 등의 사고가 반복됐다. 3개 터널에서 총 36회의 사고가 발생했고, 재설계와 보강공사가 이어지면서 공사기간도 늘어났다. 굴착 장비와 기능인력이 작업을 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비용도 발생했다.

소송에서는 이 같은 장비ㆍ인력 대기비용을 국가계약법상 ‘그 밖의 계약내용의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로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계약내용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간접공사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공사의 책임 없는 사유로 작업방법이나 공사기간이 바뀌어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직접공사비가 발생했다면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추가비용은 현장 작업일보와 실제 투입비용을 토대로 산정됐다. 감정인은 작업일보를 분석해 굴진일과 보강일, 작업대기일, 철수일 등을 구분한 뒤 월별 대기비율을 계산했다. 여기에 월평균 인건비와 장비비 등을 적용해 대기ㆍ철수비용을 산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약 36억여원의 추가 직접공사비를 인정했다. 앞서 제기된 공기 연장 간접비 소송과 터널 대기비용 청구는 대상과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도 내놨다.

이 수석은 “작업일보를 비롯한 실투입 증빙자료를 확보하고 청구 대상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금액 조정은 늦어도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호 법무법인 율촌 부동산건설그룹 대표가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열린 ‘건설관리 계약ㆍ분쟁 인사이트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술적으로 계산한 손실을 법률상 청구권과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조원준 율촌 변호사는 작업시간 축소와 불량토사 발생, 연약지반 보강공사, 레미콘 공급 지연, 지하매설물과 협소한 작업공간 등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인정한 주요 판례를 소개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사안에 따라 정상구간과 영향구간의 생산성을 비교하거나 표준품셈의 공사비 할증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산정했다. 감정인이 현장조건을 분석해 작업효율 손실률을 정한 사례도 있었다.

조 변호사는 “손실액을 정확하게 계산했더라도 이를 청구할 법률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 클레임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발주자의 지시, 현장상태 상이에 따른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 돌관공사비 또는 손해배상 등 사안에 맞는 청구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장에서 지반 문제나 지장물, 민원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실정보고를 통해 당시 상황과 처리방안을 남기고, 공사수행 방법에 관한 발주자의 지시나 승인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다만 실정보고 자체가 계약금액 조정 신청을 대신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추가 직접비와 간접비, 일반관리비 등 청구할 비용 항목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정을 신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광호 에스알엔지니어링 대표는 감정인이 공사방해의 원인과 영향, 발생비용을 객관적인 자료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비용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먼저 방해가 없었을 때의 정상적인 생산성을 정하고, 해당 사건이 어떤 작업과 인력ㆍ장비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 뒤 실제 추가 투입과 유휴비용을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터널 대기비용 산정 과정에서 적용된 15%의 통상적 비작업 비율도 모든 터널과 공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라고 신 대표는 짚었다. 해당 현장의 정상 작업구간과 유사 현장의 자료를 먼저 살펴보고, 객관적인 기준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경험칙을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장비ㆍ인력의 대기비용과 작업 혼잡 등에 따른 생산성 손실, 준공일 연장에 따른 간접비, 공기 회복을 위한 돌관공사비가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발생 사건과 기간, 투입자원, 비용 항목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와 한국건설관리학회가 개최한 ‘건설관리 계약ㆍ분쟁 인사이트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정주 공정계약연구원 대표, 신광호 에스알엔지니어링 대표, 한봉희 한국건설관리연구원 부원장, 김남호 율촌 부동산건설그룹 대표, 조훈희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이은재 율촌 수석전문위원, 조원준 율촌 변호사,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장인 정유철 변호사/ 사진: 율촌 제공


포럼은 건설관리학회의 공정ㆍ사업관리 분야 전문성과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의 법률ㆍ소송 대응 경험을 결합한 두 기관의 첫 공동 행사다. 앞서 지난 2023년 율촌은 공공ㆍ민간영역의 건설 클레임 분쟁을 신속ㆍ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건설그룹 산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포럼에 참석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방해ㆍ간섭과 현장상태 상이 문제는 건설현장에서 매우 빈번하지만 원인과 책임, 추가비용을 판단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며 “건설관리와 법률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클레임 대응방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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