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 식자 ADR 93%대로 급락…8월 급등 낙폭과대주 ‘줄조정’
AI 설비투자·실적 가시성 부각…“지수 상단 제한 속 상대 우위”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고유가·고금리 부담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국내 증시 수급이 다시 반도체로 압축되고 있다. 8월 한 달간 달아올랐던 소외 업종의 순환매 열기가 식어버리자,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 수요와 견고한 실적 가시성을 앞세운 반도체가 피난처로 떠오른 양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KRX 반도체지수는 3.68% 상승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난 8월의 5.29%에는 못 미치지만, 이달 들어 주요 업종지수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반도체지수가 KRX 주요 업종지수 중 하위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업종 내 위상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지난달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낙폭 과대 업종들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8월 한 달간 22.72% 급등했던 KRX 건설지수는 이달 들어 9.44% 급락했다. 8월 17~18%대 급등세를 보였던 KRX 철강(-0.99%), KRX 필수소비재(-9.18%), KRX 300 소재(-4.05%) 등도 동반 조정을 겪고 있다.
증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하던 흐름도 빠르게 둔화됐다. 코스피 ADR(등락비율)은 지난달 28일 141.8%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93.85%로 떨어졌다.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를 크게 웃돌던 장세가 마무리되고, 확실한 실적 체력을 지닌 주도 섹터로 매수세가 선별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상대 강세의 핵심 배경으로 ‘대안 업종의 매력도 둔화’를 꼽는다. 고유가·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경우 경기소비재는 가계 소비 둔화 직격탄을 맞고, 정유·화학 등 에너지 업종 역시 기저효과 탓에 주당순이익(EPS)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익 개선 지속성이 담보되는 곳은 미국 빅테크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메모리 반도체뿐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상반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중동 리스크로 유가와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했던 지난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IT하드웨어(82%), 반도체(40%), IT가전(20%) 등 AI 하드웨어 밸류체인이 지수 반등을 견인했다. 고환율·고유가 국면이 성장주에 불리하다는 통념을 깨고 견고한 실수요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이겨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상반기와 같은 폭발적인 전고점 랠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ETF 규제 등으로 수급 유입 강도가 약해진 데다, 주가 수준을 지금보다 높게 평가할 만한 재료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대안 업종의 이익 매력이 낮아진 현시점에서 반도체는 상대적 매력도 측면에서 매수 대상”이라면서도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가 약화된 만큼 단기 코스피 상단은 7500선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지수 전체의 추세적 확장보다는 반도체 중심의 상대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