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권익위, 1300억대 ‘모듈러교실 입찰 담합’ 적발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9-14 11:15:40   폰트크기 변경      
가족업체 동원해 가격 뻥튀기

4년간 99건 독점… 총액입찰보다 가격 최대 3배↑

공정위ㆍ경찰청 등에 이첩… 제도개선 방안 권고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에 공급되는 모듈러교실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가 가족과 친족이 운영하는 업체들을 동원해 약 1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전국 13개 지역 33개 초ㆍ중ㆍ고등학교 대상 모듈러교실 계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권익위 제공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전국 13개 지역의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을 조사한 결과 특정업체들이 최근 4년간 99건의 계약을 사실상 독점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모듈러교실은 공장에서 골조와 마감재, 기계ㆍ전기설비 등을 규격화해 제작한 뒤 학교에서 조립ㆍ설치하는 임시 교실이다.

권익위는 올해 3월 A사와 유착된 관계사들이 입찰에 함께 참여해 가격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13개 지역에서 진행된 계약 324건 가운데 33건을 선별 조사했다.

문제가 된 카탈로그 계약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업체 5곳 이상에 제안을 요청하고 가격과 납품실적, 경영상태 등을 종합평가해 납품업체를 정하는 방식이다. 평가위원회가 사업제안서와 수행 능력을 심사한 뒤 가격평가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는 총액입찰과 달리 별도의 사업제안서 평가가 없다.

특히 카탈로그 계약은 기초금액 산정 기준이 없어 교육기관이 업체들로부터 받은 견적을 토대로 제안가격을 정한다. 업체 견적이 높으면 기초가격과 낙찰가격도 함께 오르는 구조다. 실제 카탈로그 계약의 모듈당 가격은 2185만~672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준으로 총액입찰(1718만~222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조사 결과 B사와 C사는 2020년 A사에서 분할된 특수관계 회사로 가족과 친족들이 대표와 임원을 맡고 있었다. A사 대표는 친족과 함께 B사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C사 대표는 A사 대표의 배우자로 확인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A사와 B사는 최근 4년간 전체 카탈로그 계약 324건의 약 31%인 99건, 약 130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A사가 76건ㆍ1000억원, B사가 23건ㆍ293억원을 각각 계약했다. C사는 낙찰 실적 없이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이들은 투찰가격을 사전에 조율해 A사나 B사의 낙찰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 AㆍBㆍC사의 견적만 반영해 기초가격을 정하고 다른 업체들을 형식적으로 참가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들러리 업체가 고가로 투찰한 뒤 증빙서류를 내지 않거나 교육기관이 A사에 유리한 평가항목을 채택하기도 했다.

또한 A사가 직접 생산해야 할 제품을 B사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하고 수익을 나눠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실내공기질 검사도 대부분 납품업체 부담으로 진행돼 측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익위는 입찰담합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생산기준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는 경찰청에 넘겼다. 조달청에는 부정당업자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 여부를 조사하도록 하고, 시ㆍ도교육청에는 관련 계약 전수조사와 책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권익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기초금액을 산정할 때 표준단가나 실제 거래가격을 활용하고, 5곳 이상에서 견적을 받도록 권고했다. 외부전문가의 평가 참여와 직접생산 점검, 독립기관을 통한 실내공기질 측정, 준공검사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이명순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특정업체들에 의한 입찰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시켜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모듈러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