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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으로부터 중고 LP를 100여 장 나눔받았다. LP를 주신 분들 얼핏 봐도 70세 이상의 장년이셨는데, 이사를 준비하면서 짐이 너무 많아 덜어내는 중이라고 하셨다. 이들 상당수가 출시된 지 30∼40년은 지난 듯한 오페라, 교향곡 등 클래식 음반들이었다. LP들의 다양하고 커버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오래된 LP는 턴테이블에 그냥 얹는다고 해서 소리가 나질 않는다.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작업들을 거쳐야 한다. 판에 앉은 먼지를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내고, 판이 휘어있다면 두꺼운 책 등으로 꽤 오랜 시간 눌러줘서 평평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때론 물로 세척해 오래된 먼지나 곰팡이를 제거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이즈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노이즈 자체도 음악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듣는다.
지난 주말 이렇게 LP를 듣고 있으니 내가 매일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이 도시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라는 공간과 관련 인프라 역시 30∼40년된 LP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전국 곳곳의 수많은 교량, 터널, 상하수도 등 인프라는 국토의 압축 성장기에 함께 세워져 어느덧 30년이 넘는 세월의 풍파를 맞았다. 실제로 <대한경제>가 국토안전관리원의 ‘2025 국토안전 통계연보’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ㆍ2ㆍ3종 시설물 18만3570곳 중에서 사용연수가 30년을 경과해 노후화된 곳은 22.5%에 달하는 4만1328곳에 달했다.
1ㆍ2ㆍ3종 시설물은 시설물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일정 규모(연면적, 층수, 경간장 등) 이상이거나 특수한 구조를 가진 토목ㆍ건축 구조물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삶 영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인프라인 셈이다.
문제는 대략 10년 후인 2035년엔 사용 수가 30년 이상인 인프라가 절반 이상인 51%(9만3691곳)에 달하게 된다는 점이다. 2040년엔 65.3%(11만9908곳), 2045년엔 76.3%(14만40곳) 등으로 급증한다. 이들 인프라의 신규 공급이 없다는 전제 아래서다.
결국 이들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유지ㆍ보수가 필수로 진행돼야 한다. 중고 LP를 제대로 듣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유지ㆍ보수를 위한 장기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노후 인프라에 대한 유지ㆍ보수 방안으로 매년 SOC 예산 책정을 통해 유지관리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조 등에 따라 매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재원 확보 방안으로 ‘성능개선충당금’와 ‘미래대응기금’의 활성화를 건의하고 있다. 매년 책정되는 SOC 예산에 기대지 말고, 지속가능한 유지ㆍ보수를 위한 별도의 계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금이든 충당금이든, 미래의 국민 안전을 켜기 위한 디딤돌이 단단히 놓여지길 기대해 본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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