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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내건 사정 플로우에 유통·식품 사정권…국감 앞두고 공정위 조사 주기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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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16 05:40:13   폰트크기 변경      

대통령 물가 발언 뒤 공정위 현장조사ㆍ국세청 세무조사 이어지는 흐름 반복
올해 현장조사 9차례 16개사…기업들 현장 공개ㆍ협력사 공문까지 중단


기사 내용을 토대로 생성형 AI가 작성한 이미지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대통령이 물가를 거론하면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가 뒤따르고 국세청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1년 넘게 반복되면서, 유통ㆍ식품 관련 기업들의 현장 업무가 마비됐다.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사 주기가 짧아지고 대상 업종도 넓어지자 외부에 드러나는 접점부터 잘라내는 쪽으로 돌아선 결과다.

대통령 물가 발언과 조사 착수 시점을 대조해보면, 발언 뒤 1∼3개월 간격으로 국세청 기획 세무조사 발표까지 진행되는 패턴이 뚜렷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9일 라면 가격을 거론하고서 9월 25일 생활물가 밀접 업종 55곳, 9월 9일 식료품 가격 원인 파악을 지시하고 나서 12월 23일 31곳, 12월 19일 생리대 가격을 지적하고 나서 올해 1월 27일 생필품 제조ㆍ유통 17곳에 대한 세무조사가 발표됐다.

올해 들어서는 공정위도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2월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독과점을 악용한 고물가 강요 행위를 공권력을 총동원해 바로잡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엿새 뒤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공정위는 12일 제당사 3곳에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19일 제분사 7곳 담합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대통령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자 조사 강도를 높이고 속도도 빨라졌다. 이 대통령은 8월 4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를 두고 “경제 검찰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인력을 늘리라”고 했고, 16일 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점매석ㆍ담합을 집중 대응 대상으로 꼽았다. 이런 구조에서 올해 유통ㆍ식품 기업을 겨냥한 공정위 현장조사는 확인된 것만 9차례, 16개사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맹유통심의관이 신설된 4월, 국감을 한 달 앞둔 9월에만 각각 세 차례씩 몰리면서 업계에서는 ‘신규 조직 실적 쌓기용’,‘국감 증인 찾기용’으로 낙인 찍혀서는 안 된단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기업들은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 논란 소지가 있는 신규 사업과 현장을 대외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이 업계에 도는 것이다. 7월 18일 쿠팡 인천 제32물류센터 화재로 국가 소방동원령 2호까지 발령되면서 물류센터 안전관리가 국감 쟁점으로 떠오르자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외부인 방문과 시설 공개를 일정 기간 중단했다. 외부 공개 가능한 시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의 방문 요청이 이어지고, 해당 자료가 공개되는 순간 조사 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프로모션이나 협력사업, ESG 활동을 위한 공문 발송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 중이다. 기존 내부 규정에 맞춘 검수 과정을 거친 뒤에도 재검토하거나 발송 시기를 미루는 식이다. 플랫폼 A사는 공신력있는 안전ㆍ보건 관련 수상을 한 ESG 활동과 관련해 수혜 대상자 모집에 나서야하는데도 국감 이후로 연기했다. ‘갑질 소지’를 걸러낸 문안이어도 단어 하나가 신고 사유로 잡히면 그것만으로 조사가 개시될 수 있다고 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 일부는 법이나 계약 내용을 따지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예도 있는데 일단 조사를 받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나쁜 기업 낙인이 찍히고 국감에 증인으로 서게 되는 상황”이라며 “을의 갑질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조사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탈세 기업’ 낙인이 찍혀서다. 국세청은 2월 물가 관련 세무조사 발표에서 공정위나 검ㆍ경 조사로 담합ㆍ독과점이 확인된 업체는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못 박았다. 물가 관련 세무조사 1∼4차 결과 117곳 중 114곳 조사를 완료, 3195억원을 추징했다. 지난 14일 국세청이 조사에 들어간 41개 업체에는 농축산물 유통과 가공식품, 배달ㆍ패션 플랫폼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 앞두고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감이라 강도가 셀 것으로 보고 최대한 대외 행보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공정위와 국세청 조사 강도가 세다보니 사회공헌 같이 좋은 일도 일단 미루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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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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