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널뛰기 속 한일항로 변동폭 1%대 그쳐
부산항 환적 비중 68%, 물류비 30% 절감 효과에 일본 화주 몰려
한국 국적선사 점유율 80%… KNFC 중심 수급 관리로 외부 충격 흡수
[대한경제=이재현 기자]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이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운임 널뛰기를 거듭하는 가운데, 한일항로가 독보적인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부산항을 매개로 한 압도적인 환적 화물 비중과 한국 국적선사 중심의 효율적인 수급 관리가 글로벌 해운 파고를 막아내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KCCI) 분석에 따르면, 한일항로는 글로벌 운임 변동장 속에서도 확연히 낮은 변동성을 기록했다. 2024년 1월 2일을 기준(100)으로 2026년 8월까지 추적한 결과, 미 서안항로(KUWI)의 주간 변동률은 7.59%에 달한 반면 한일항로(KJI)는 1.3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운임 최고치와 최저치 간의 격차 역시 미 서안항로가 4.34배까지 벌어지며 극심한 변동을 겪었으나, 한일항로는 1.42배 수준에 머물며 안정적인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정경남 한국해양진흥공사 ESG경영팀 차장은 "한일항로 운임이 글로벌 시장과 유사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변동 폭은 크게 제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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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남 ESG경영팀 차장이 한일항로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제공:한국해양진흥공사) |
전문가들과 해운업계는 이 같은 안정성의 핵심 배경으로 한일항로 특유의 ‘높은 환적 비중’을 꼽는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한·일 양방향 물동량(총 112만 TEU) 중 약 68%가 환적 화물로 집계됐다. 한일항로가 단순한 양국 간 수출입 무역로를 넘어, 글로벌 물류를 잇는 거대 피더(Feeder)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의 ‘다항만 분산 체제’와 궤를 같이한다. 일본 수출입 화주 입장에서는 도쿄, 오사카, 고베 등 자국 내 5대 메이저 항만을 거쳐 환적하는 것보다, 동북아 메가 허브인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물류비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부산항 특유의 촘촘한 운항 스케줄과 서비스 다양성이 결합하며 일본 화주들의 부산항 쏠림 현상은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부산항의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2440만 TEU, 세계 7위)은 일본 5대 메이저 항만 합계(1562만 TEU)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다시 부산항의 원가 및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한국 국적선사가 주도하는 시장 재편과 민간 주도의 협력 체계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인이다. 과거 일본 3대 선사(NYK, MOL, K-Line)가 컨테이너 부문을 ‘ONE’으로 통합하고 장거리 원양항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현재 한일항로 운항의 약 80%를 한국 선사들이 책임지고 있다.
특히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 소속 11개 선사는 단거리 항로 특성에 맞춘 기민한 선복 운용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 왔다.
위와 같은 요소들이 결합해 단기적인 운임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적 완충장치를 완성해 냈다. 덕분에 국적 근해선사들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치킨게임과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방어하며 경영 기반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다만 해운업계는 이러한 구조적 혜택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과거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이나 극동-유럽운임동맹(FEFC) 해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업계 자율의 협력 체계는 글로벌 독점 규제 환경 변화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지정학적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화주와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일항로는 부산항을 중심축으로 삼는 글로벌 피더 네트워크의 핵심 동맥”이라며, “그간 입증된 시장 구조와 협력 체계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선제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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