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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재편되는 글로벌 AI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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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17 15:28:5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글로벌 AI(인공지능) 시장에서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공론화했고, 샘 올트먼(오픈AI)ㆍ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ㆍ일론 머스크(xAI) 등 다른 AI 기업 수장들도 일제히 동조했다. 아모데이는 블로그와 TV 인터뷰 등을 통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면서 “나는 오랫동안 업계가 이 기술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아모데이는 속도조절의 근거로 ‘재귀적 자기개선(RSI)’을 들었다. 이는 AI 모델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의 능력과 지능을 지속 향상시키는 구조인데, 이 향상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초지능을 가진 AI는 지난 7월 발생한 오픈AI-허깅페이스 해킹 사건처럼 기만행동을 보일 수 있다. 개발 속도를 늦춰 AI를 인간의 통제 속에 두자는 게 아모데이의 주장이다.

일견 타당하다. 지금과 같은 개발속도라면 인류가 AI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순 없다. 내년부터 사람을 대신하는 피지컬AI 단계로 접어들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한데 ‘왜 하필 지금’이란 의문이 남는다. 이들 AI 기업의 수장은 이달 초 G20 기술장관 회의에서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반대했던 인물들이다. 보름 남짓한 시간에 AI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을까.

일각에선 AI 기업의 천문학적인 투자에 주목한다. AI가 인류 역사상 불의 발견에 버금가는 ‘혁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미래 수요에 대비한 투자는 벌써 기업의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마존ㆍ알파벳ㆍ마이크로소프트ㆍ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ㆍ전력설비 등에 쏟아부은 금액은 1조1000억달러(약 1450조원)에 달한다. 당분간 투자액은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전망이다. 오라클의 경우 유보금을 소진해 연 7%에 육박하는 회사채를 발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결국 이번 속도조절론은 AI 기업의 ‘전략적 휴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 오어 낫싱의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과점 체제로의 재편을 꾀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AI 산업의 종속이다. 미국 중심의 소수 AI 기업들이 속도조절을 명분으로 기술표준ㆍ규범 등을 만들 경우 이는 후발주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후발주자에는 우리나라도 해당한다. 당장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AI 산업의 종속이 가시화하면 반도체 수출액을 뛰어넘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포지셔닝이다. 미국에 필적할 만한 AI 기술을 보유한 중국이 속도조절에 합류할지 독자노선을 지속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나라엔 실보단 득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강보단 양강 체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다는 점에서다. 이제 우리나라도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AI 산업을 키울 때다.

정회훈 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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