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AI·SW 사업화 속도 내는 LGE] ①LG전자, 자체 AI 기술 떼어내 독립 사업화…‘피지컬 AI’ 외부 시장 공략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9-16 13:00:22   폰트크기 변경      

사진:스펙트라브레인 홈페이지


조봉수 전 상무, 15일 ‘스펙트라브레인’ 법인 설립 신청…LG전자 19.9% 지분 참여
AI CCTV 넘어 VLM·LLM 결합…현장 상황 판단하고 설비 제어하는 ‘피지컬 AI’로 확장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독립 사업화한다. 사내에서 개발한 AI 영상분석 기술을 외부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신설 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한편, 독립적인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운영해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AI 기반 영상분석 솔루션 사업화를 위해 신설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스펙트라브레인의 초대 수장은 EVA 사업을 주도해 온 조봉수 LG전자 AI솔루션담당 상무가 맡는다. 조 상무는 지난 14일 LG전자를 퇴사한 뒤 15일 신설 법인의 설립을 신청했다. 법인 설립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여명의 LG전자 출신 인력이 합류했으며, 본사는 서울 마곡 LG AI연구센터에 둔다. 스펙트라브레인의 최대주주는 창업 멤버들이며, 외부 투자회사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LG전자는 19.9%의 지분을 보유하는 3대 주주로 참여한다.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는 만큼 일반적인 LG전자 계열사와는 다른 구조다.

LG전자는 사내에서 자체 개발한 AI 기반 영상분석 솔루션의 외부 사업화를 본격화하기 위해 독립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신설 법인이 사업화하는 핵심 기술은 AI 영상분석 솔루션 ‘EVA’다. EVA는 폐쇄회로(CC)TV 등 영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현장의 위험 상황을 자동 인식하는 영상분석 솔루션이다. 산업안전·보안·운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조 대표가 주도해 온 EVA의 차별점은 영상분석에 경량화 모델과 시각언어모델(VLM),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 AI CCTV가 특정 상황을 미리 학습시키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EVA는 다양한 AI 모델을 조합해 보다 복잡한 현장 상황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VLM만으로 영상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추론 과정에서 상당한 컴퓨팅 자원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EVA는 경량화된 비전 모델로 기본적인 영상 분석을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 VLM과 LLM을 활용해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

현장 상황을 자연어로 입력해 원하는 감시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별도의 복잡한 코딩이나 모델 개발 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설정하면 AI가 적합한 모델을 추천하고 영상을 분석한다.

기존 AI CCTV의 한계로 꼽히는 환경 변화에도 대응한다. 날씨나 조도, 현장 구조 등이 바뀌면 기존 경량화 모델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EVA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모델을 개선하는 구조를 갖췄다. ‘제로샷(Zero Shot)’과 ‘퓨샷(Few Shot)’ 방식 등을 활용해 별도의 대규모 학습 데이터 없이도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EVA가 지향하는 최종 단계는 단순한 영상분석을 넘어 물리적 환경에 직접 대응하는 ‘피지컬 AI’다. 카메라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감지하고(Sensing), 이를 AI가 이해한 뒤(Understand), 경고 방송이나 설비 제어 등 실제 행동(Action)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경고음을 내거나 음성방송을 하고, 출입문을 제어하거나 위험 설비를 정지시키는 식이다. 필요에 따라 로봇을 현장에 출동시키거나 화재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등 다양한 물리적 조치로 연결할 수 있다.

외부 시장 공략도 이미 시작됐다. EVA는 기업의 기존 CCTV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기업용 협업 도구와 문자·이메일 등을 통한 알림 기능도 제공한다. 외부 고객사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가 있다.

LG전자가 이 기술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배경에는 SW 사업의 속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LG전자는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반면 빠른 개발과 수정이 중요한 SW 사업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개발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 대표는 “LG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에 SW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하드웨어에 준하는 품질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며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이 프로세스를 거치면 40~50명이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W만 하는 회사를 별도로 만들어 개발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신설 법인 외에도 사내 기술과 아이디어의 외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LG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스튜디오341’을 통해 올해 4월 세카, 머신플로우, 프리키친랩, 아토머 등 4개 팀의 분사를 지원했다. LG전자는 이들 법인에 초기 투자금 최대 4억원을 지원하고 외부 투자 유치와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내벤처의 독립을 돕고 있다.

스펙트라브레인은 이들 사내벤처와는 별도의 경로로 설립되지만, LG전자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외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성장시키고 필요할 경우 향후 LG전자와 협력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

LG전자는 신설 법인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향후 사업적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조 대표는 “회사가 잘되면 LG가 다시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심화영 기자
doroth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