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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종로구가 관내 정비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방침을 한층 더 구체화 했다. 서울시 본청 지원 속 이미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갖춘 구역은 물론, 사업장 전반에 대해 자체 자문단을 신설,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다.
정비업계와 현장에서는 사실상 또 하나의 ‘인허가’ 규제 관문만 신설돼 사업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이날 구의회 구정질문 답변을 통해 오는 18일부터 ‘정비사업 신속자문단’을 가동하고, 창신 9·10구역을 제1호 안건으로 상정, 관내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종로구는 창신동을 포함한 관내 모든 정비사업장에 대해 구역별 내재 갈등, 상호 영향 요소, 계획적 보완 사항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유 구청장은 이날 구정질문에서 “도시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정비사업은 지역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창신 구역은 여러 추진 구역 중 입지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고 공사비 문제로 주민 재정착과 분담금 상승 우려가 컸으며, 동의서 징구 과정과 불공정 회계로 주민 갈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자체를 부정하거나 지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갈등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유 구청장의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다르다. 유 구청장이 문제 삼은 창신 9·10구역은 이미 서울시가 이창무 서울시 총괄건축가, 유나경 PMA 대표, 윤혁경 ANU디자인그룹 건축사사무소장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민관 전문가들과 서울시 주택실·도시공간본부, 건축사 및 정비업체로 '원팀'을 꾸려 구축한 곳이다.
이들은 무려 8차례의 자문회의와 수차례의 주민간담회를 거쳐 자문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미 법정 동의율까지 확보해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비한 핵심 사업장을 두고 구청 측이 “입지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검토 메스를 가하는 것은, 서울시의 공공 지원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실효성 없는 인허가 관문의 추가다. 18인으로 구성된 구청 TF지원단이 가동되면서 자문 종료 시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사실상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비사업 특성상 무기한 지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재개발사업 조합설립 동의율을 지속적으로 낮추며 속도전에 주력하는 이유 역시 이해관계 조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지만, 구청이 임의로 자문단을 신설해 행정 절차를 이중화하면서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자체 통제 강화 흐름은 비단 종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대문구 역시 박운기 청장 취임 이후 '정비사업 운영점검 TF'를 출범시켜 예산과 회계, 사업 수행 방식 등을 직접 들여다보며 자치구 차원의 압박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 신속 추진 기조와 달리, 일선 자치구들이 사실상 규제 문턱을 높이면서 정비사업 신속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신동의 한 원주민은 “종로구가 말하는 필요한 자문은 이미 서울시 본청과의 긴밀한 협업과 수차례의 전문가 회의를 통해 충분히 거쳤다”며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구청이 행정적 오해를 빌충으로 또 다른 옥상옥 검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률에 맞게 조속히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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