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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 또 제동… 서울시,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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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17 15:29:49   폰트크기 변경      
市 “60년 독점 체제 방치”… 대법원 상고ㆍ법령 개정 추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서울시가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했다. 법원이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 변경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다시 내놓으면서다.

서울시는 “지난 60년간 고착된 민간 독점 체제와 시민들의 심각한 이동 불편을 방치하는 판결”이라며 유감 표명과 함께 대법원 상고 검토는 물론, 곤돌라 공사 재개의 핵심인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에도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남산 곤돌라 예상도/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17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곤돌라 설치를 위해 남산 일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빼고 근린공원으로 편입한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결정이 적법한지였다.

앞서 서울시는 시민들의 편의와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가는 곤돌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 등으로 남산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 기존 케이블카를 타려면 최소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한국삭도공업은 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며 본안소송인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남산숲 지키기 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정모씨와 남산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곤돌라 노선이 남산 인근 학교와 주거지역 인접 구간을 통과하면서 소음과 경관 훼손, 사생활 침해, 학습 환경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반면 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맞섰다. 게다가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곤돌라 설치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케이블카는 1961년 정부의 허가 이래 한국삭도공업이 3대에 걸쳐 60년 넘게 독점 운영하고 있지만, 국유지 사용료는 연간 1억원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남산의 봉이 김선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1심은 집행정지 결정에 이어 본안소송에서도 한국삭도공업 등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서울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정해진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변경ㆍ해제에 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의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여가ㆍ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역만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심은 원고적격(소송을 낼 자격)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삭도공업이 60년 넘게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막대한 수입을 거둬온 사정이 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적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서울시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이날 법정에서 설명하진 않았다.

곤돌라 설치 공사는 2024년 10월 법원의 첫 집행정지 결정 이후 공정률 15%에서 중단된 상태다. 올해 1월에는 2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공사 중단 상태를 유지해 달라는 두 번째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시는 이날 판결 직후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갖춘 적법한 행정조치”라며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할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남산은 도시자연공원구역과 도시계획시설(공원)이 혼재된 지역으로 하나의 공원처럼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도시공원의 적극적인 조성ㆍ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행정조치이며, 이런 계획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공원 관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는 “연간 1200만명의 방문객과 교통약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서울시의 공익적 행정 재량권이 인정받지 못해 극히 안타깝다”며 “곤돌라 사업이 좌초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만큼, 대법원 상고를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시는 이번 소송과 관계없이 곤돌라 공사를 즉시 재개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신속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궤도ㆍ방재시설 높이 제한(12m)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에도 후속 절차 진행은 더딘 상태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2심 판결에 대해 “서울시가 시민 이동권 보장과 공익 실현을 위해 추진해 온 정책적 판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사업이 중단될 경우 경제적 손실 발생은 물론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 기회까지 상실되는 만큼 대법원 상고를 면밀히 검토해 시민의 이동 권익을 지키고, 남산을 진정한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사업 완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남산 케이블카의 장기 독점 구조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오는 18일부터는 개정 궤도운송법령 시행에 따라 케이블카 등 궤도사업 허가 유효기간은 최대 20년으로 제한되고, 한국삭도공업처럼 이미 20년을 초과한 사업자들은 법 시행 후 2년 안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방정부는 재허가 과정에서 안전검사 결과와 운영실적, 환경보전, 공공복리 증진 계획 등을 심사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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