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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막판 진통…원전·선납 요구 놓고 한미 협상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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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17 20:46:45   폰트크기 변경      

정부, 국회 보고 21~22일로 연기…이번주 1호 사업 발표 사실상 무산
美, 한국형 APR1400 건설에 난색…파이로프로세싱도 새 변수
‘100억달러 선납 요구’까지 거론…정부 “접점 모색에 시간”


17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날 비공개로 예정돼 있던 정부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관련 비공개 보고 연기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사지:연합 


[대한경제=조성아 기자]한미 간 대미 투자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정부가 당초 이번 주로 추진했던 첫 투자 사업 발표를 미뤘다.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방식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 등 원전 분야를 둘러싼 이견에 더해 미국 측이 대규모 투자금을 조기에 집행하라고 요구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협상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날 예정됐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보고를 연기했다. 정부는 현재 오는 21∼22일 국회 보고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8일로 예상됐던 대미 투자 1호 사업 양해각서(MOU) 서명과 프로젝트 발표도 뒤로 밀릴 전망이다. 산업부는 미국과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원전이다. 한미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면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와 한국이 개발한 APR1400 2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원전 사업 규모만 약 1300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가 자국 내 APR1400 건설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막판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은 모델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자국 업체의 주력 노형인 AP1000과 직접 경쟁하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한국 측 지분 참여 방식도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은 향후 해외 원전 사업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인 경영 참여 방안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 측과는 지분율과 의결권 범위를 놓고 의견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사업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측이 미국 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에 한국의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경우 당초 한미 관세협상에서 정한 에너지·첨단산업 분야 2000억달러 투자 한도와의 관계를 따져야 한다.

특히 이 문제가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한미 원자력 협력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단순한 투자 문제를 넘어 원전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역시 원전과 파이로프로세싱 등 여러 현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투자금의 규모와 시기도 협상 변수로 거론된다. 정치권과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측이 연간 투자 한도인 200억달러 가운데 100억달러 안팎을 올해 안에 먼저 송금하는 방안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애초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 첫 송금액 22억달러 이상보다 훨씬 큰 규모다. 다만 산업부는 송금 규모와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력 수요처 보증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투자 대상 포함 여부, 사업별 이익·손실 배분 방식 등도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투자는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총 3500억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가운데 조선 분야 1500억달러를 제외한 2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첨단산업 투자와 관련돼 있다.

정부는 협상 난항을 공식적으로는 한미 간 갈등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대미 투자 발표 연기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 국내 절차적 문제를 좀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8일 예정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대미 투자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며 “국익에 반하거나 우리 입장과 다른 것은 상세하게 설명하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협상의 관건은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와 수익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원전 노형과 투자금 집행 시기, 수익·손실 배분 등 핵심 조건을 둘러싼 조율이 늦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이번 주 첫 사업 발표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협상 결과는 다음 주 국회 보고를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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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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