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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역량과 프로젝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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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9-29 06:00:34   폰트크기 변경      

이우연 한국건설관리학회 PgM위원장

건설·엔지니어링 현장에서 인공지능(AI)는 더 이상 특별한 도구가 아니다. 설계 도서 검토, 공정표 작성, 회의록 요약, 리스크 도출까지 생성형 AI의 손을 거치지 않는 업무를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도입 여부를 따지던 논쟁은 끝났다. 이제 누구나 AI를 쓴다.

문제는 다음이다. ‘AI를 잘 쓴다’는 것과 ’프로젝트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이다. 전자는 도구 숙련도이고, 후자는 제한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일정·자원을 조율하고 이끄는 활동이다.

오히려 위험은 보이지 않는 곳에 도사린다. AI가 만든 산출물은 형식적으로 매끄럽고 그럴듯하다. 그 완결성이 검증 절차를 건너뛰게 만든다. 근거가 불분명한 물량 산출, 현장 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설계도서 검토 의견이 보고서에 실리는 순간 그것은 계약 분쟁과 클레임의 씨앗이 된다. 수조 원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단 한 줄의 오류가 부르는 비용은 AI가 아껴준 시간을 압도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AI는 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의 몫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AI가 아니라 AI를 통제하는 위계적 거버넌스다. 국제 규범과 국내 법제는 이미 명확한 4단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법적 컴플라이언스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과 우리나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AI가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그리고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규제 수위를 정한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AI가 에너지·먹는 물·의료·원자력 등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생성형 산출물에 대한 사전 고지와 표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 선을 지키지 못하면 돌아오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과징금이다.

둘째, 조직 차원의 경영시스템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경영시스템(AIMS) 국제표준(ISO/IEC 42001)은 조직이 AI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개발·활용하도록 지원하는 AI 특화 경영시스템이다. 개별 부서와 프로젝트팀의 자의적 활용을 막고, 계획–실행–점검–조치(PDCA)의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거버넌스의 뼈대다.

셋째, 기술적 위험 통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AI RMF 1.0)’는 AI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을 식별·평가·관리해 신뢰할 수 있는 AI의 개발과 활용을 돕는 자율적 위험관리 체계다. 거버넌스(Govern)·맵핑(Map)·측정(Measure)·관리(Manage)라는 4대 기능을 통해 모델의 편향, 보안 취약성, 설명가능성 결여를 사전에 식별하고 상시 감시하도록 한다. 블랙박스를 그대로 믿어온 관행과 결별하라는 요구다.

넷째,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실행 방법론이다. 미국 프로젝트관리협회(PMI)가 제시한 프로젝트·프로그램·포트폴리오 관리(PPPM) 영역의 AI 표준서는 조직의 도입 준비도(Readiness)를 먼저 진단하고,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활용 패턴을 선택한 뒤, 통제된 파일럿을 거쳐 본 사업으로 확산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술에 일정이 휘둘리지 않게 붙드는 실무적 안전장치다.

법적으로 안전한가. 경영 방침에 부합하는가. 기술적 위험이 통제되는가. 현장 성과로 연결되는가. 이 네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통과하지 못한 AI 활용은 혁신이 아니라 방치다.

AI 시대에 프로젝트 관리자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정의된다. 프롬프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증하고 무엇을 채택하며 무엇을 기각할지 판단한 뒤 그 판단에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는 사람이 진짜 관리자다. 기술은 위임할 수 있어도, 판단의 책임은 위임되지 않는다.

메가프로젝트의 최종 승부처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다. 그 기술을 온전히 자기 통제 아래 두는 거버넌스의 깊이와 치밀함이다. AI를 쓰는 기업은 이미 전부다. 앞으로의 격차는 AI를 다스리는 기업과 AI에 끌려가는 기업 사이에서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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