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반도체 공장 가동 앞두고 도로ㆍ용수는 아직…“첨단산업 투자 지원 서둘러야”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9-21 16:29:31   폰트크기 변경      
한경협, 첨단전략산업 정책과제 41건 건의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한국경제인협회는 반도체 공장 가동에 맞춰 도로ㆍ용수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첨단산업 투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한경협은 이날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배터리(이차전지)ㆍ바이오ㆍ로봇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업 의견을 수렴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 등에 건의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건의 과제 41건 중 20건은 법률 제ㆍ개정없이 관계기관이 검토ㆍ착수할 수 있고, 나머지 21건은 국회 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 업종별 과제는 △반도체(21건) △바이오(9건) △배터리(4건) △로봇(3건) 순으로 많다.

한경협 출입구 모습. /사진: 대한경제 DB

◇도로ㆍ용수 적기 확충과 전력 조달 개선…반도체 인프라 병목 해소 시급

가장 많은 과제가 접수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업의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도로, 용수, 전력 등 필수 기반시설 확충이 늦어지며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당장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내년 2월 첫 번째 팹(Y1)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생산 자재 운반 차량과 두 번째 팹(Y2)의 공사 차량이 겹쳐 주변 교통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 진입도로인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57호선(원삼~마평) 개량공사는 국토교통부 고시가 10월 이후로 예정돼 클린룸 가동 전까지 공사를 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한경협은 이 사업이 지난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이미 통과한 만큼 ‘제6차 국도ㆍ국지도 건설계획’에 반영하고, 고시 일정을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다.

공업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인허가 기간 단축과 재정 지원 확대도 주문했다. 일 3.5만 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타당성 조사 15개월을 포함해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총 42개월이 걸렸고, 총 사업비 622억원 중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공공부담은 50%에 그쳐 나머지 절반은 민간이 부담했다.

한경협은 민간투자 절차에 첨단산업 기반시설 특례를 신설해 착공까지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줄이고,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국비 지원 대상에 ‘하수재이용시설’을 명시해 재정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요구에 맞춘 무탄소전력 인증ㆍ조달 여건 개선 역시 핵심 현안으로 꼽혔다. 현재 재생에너지 외의 원자력 등 무탄소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은 그 사용량과 발전원을 중복 계산없이 인증받을 수 있는 국내 공통 인증체계가 없어,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가 공급망 기업에 요구하는 전력 구매 증빙에 대응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구입할 수 있는 대상을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고 있다.

한경협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무탄소전력 인증체계를 서둘러 마련하고,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원전 등 무탄소전력도 단계적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표적 친환경 전력인 대수력 발전(설비용량 20MW 초과)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건의했다. 대수력은 국가 전력망 안정을 위해 발전량을 수시로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과의 직접거래가 원천 차단돼 있다.

한경협은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접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관련 거래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수익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공제 혜택 만료…세제혜택 실효성 높여야

대규모 시설 투자가 선행되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초기 적자 국면에서도 세제 혜택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행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액을 차감하는 방식이어서, 적자 등으로 과세소득이 없는 기업은 공제액이 발생해도 당장 활용하기 어렵다. 미공제 세액을 10년간 이월할 수 있지만 기간 내에 법인세를 낼 만큼 흑자를 내지 못하면 공제액은 그대로 소멸되는 구조다.

한경협은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현금으로 조기 환급받는 직접환급 제도 등의 허용을 촉구했다.

아울러 배터리 업계는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 확대와 업계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평가시설 구축, 평가결과 상호인정 확대도 요청했다.

차세대 패널 투자 후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세액공제 활용 기한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이에 더해 개정법 시행 당시 이월 기간이 남아 있는 미공제 세액에도 연장 혜택을 적용하자는 제안이다. 일반적으로 1년 소급과 20년 이월이 가능한 미국 일반사업세액공제와 비교하면 국내 세액공제의 활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지적이다.

◇기업 투자 계획에 맞춰 규정 정비와 입법을 함께 추진

정부에는 법률 제ㆍ개정없이 검토ㆍ착수할 수 있는 20건을 우선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행령ㆍ시행규칙 등 7건(전력시장운영규칙 1건 포함), 고시ㆍ지침 7건, 행정계획 반영ㆍ사업운영 개선 5건, 조례 1건이다.

국회에는 입법이 필요한 21건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중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 과제가 9건으로 가장 많다.

권혁민 한경협 성장전략실장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판단과 실행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해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우 기자 gw89@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이근우 기자
gw89@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