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탄광에서 일하다가 진폐증 진단을 받은 광부가 폐광 이후 증상이 악화돼 장해등급 판정을 받았다면 폐광 당시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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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의 유족들이 “재해위로금을 지급해달라”며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1992~1995년 B탄광에서, 1996~2009년 C탄광에서 일했다. A씨는 B탄광에서 일하던 1994년 진폐증 1형 진단을 받았고, C탄광에서 일하던 2003년에는 장해등급 13급 판정을 받았다.
C탄광은 2009년 폐광됐지만, A씨의 진폐증은 계속 악화됐다. A씨는 2013년 장해등급 11급, 2015년 장해등급 7급 판정을 받은 뒤 2017년 숨을 거뒀다.
이후 A씨의 유족들은 최종 장해등급인 7급에 따라 산정된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라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신청하지 않은 A씨가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인지가 쟁점이 됐다.
옛 석탄산업법 시행령은 폐광일 당시 업무상 재해로 장해등급이 확정된 사람에게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폐광일 현재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이를 신청한 사람을 지급 대상으로 정했다.
1심은 C탄광 폐광 당시 A씨의 최종 장해등급이 확정됐거나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가 최종적으로 장해등급 7급 판정을 받은 시점은 폐광 이후인 2015년이고, 요양급여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이유였다.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분진 작업에 종사한 근로자가 폐광일 이전에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면 폐광 이후 증상이 악화돼 장해등급 판정을 받았더라도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 관련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 이 같은 진폐증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대법원은 진폐증 환자에게 지급되는 요양급여는 주로 진폐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인데, 합병증이 폐광 전에 나타났는지 이후에 나타났는지는 질병의 예측하기 어려운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폐광 전에 탄광 근무로 진폐증을 얻은 사실이 명백하다면 폐광 이후 합병증이 나타난 근로자를 폐광 전에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와 달리 취급해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봤다.
아울러 폐광 당시 합병증 발현 여부에 따라 진폐증 환자에 대한 보상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 산재보험법이 개정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개정 법은 요양 여부와 관계없이 진폐보상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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