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외 기본사양 채택 여전
비싸고 충격에 약한 단점 개선
엔비디아ㆍ현대차와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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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 설루션이 차량에 적용된 모습./사진: 에스오에스랩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자율주행 설루션에서 라이다를 빼는 게 대세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정작 라이다를 배제한 기업은 테슬라 한 곳에 불과합니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SOS LAB) 대표는 자율주행 센서를 둘러싼 통념을 이렇게 짚었다. 테슬라를 뺀 로보택시(자율주행 레벨4) 기업들은 모두 라이다를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선 레벨2(부분 자율주행) 양산차에 라이다가 기본 사양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에스오에스랩은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사과정 4명이 세운 라이다 전문 기업이다. 국내 라이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24년 6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라이다(LiDAR)는 레이저를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으로 물체까지의 거리를 재고, 이 측정을 반복해 주변을 3차원 공간정보로 만드는 센서다. 카메라나 레이더와 달리 조명이나 무늬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물체의 종류와 위치를 구분할 수 있어 무인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린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커 대량생산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고, 테슬라는 이런 이유로 라이다를 쓰지 않는다.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는 ‘솔리드스테이트(고정형)’ 방식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레이저 광원과 빛을 감지하는 센서 앞에 각각 렌즈를 놓는, 카메라와 비슷한 구조라 작고 저렴하다. 레이저를 모터로 돌려가며 주변을 인식하는 기존 라이다와 달리 회전 부품이 없어 진동과 충격에도 강하다. 카메라 렌즈를 갈아 끼우듯 렌즈만 바꾸면 인식 범위와 거리도 달라진다. 규격이 정해진 기존 라이다와 달리 고객이 원하는 사양대로 맞춰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AI)으로 라이다 데이터를 카메라 영상 같은 컬러(RGB) 이미지로 바꾸는 기술로는 CES 2025 혁신상을 받았다. 눈ㆍ비ㆍ안개나 야간처럼 카메라가 힘을 못 쓰는 환경에서도 물체의 형태와 색상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기존 카메라용 인식 알고리즘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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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오에스랩의 초광각 3D LiDAR ‘ML-U190’이 주행 중 주변 환경을 3D 포인트 클라우드로 감지하는 모습./영상: 에스오에스랩 제공 |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ㆍ로봇 플랫폼 ‘드라이브 AGX 오린’ 라이다 센서 부문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라이다ㆍ카메라ㆍ레이더 등 자율주행 핵심 센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엔비디아 공식 파트너에 이름을 올린 첫 사례다. 엔비디아 플랫폼으로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기업은 호환성이 검증된 제품 목록에서 센서를 골라 쓰는데, 에스오에스랩 라이다가 포함된 것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와 플러드(PluD)에도 고정형 라이다 ‘ML-X’를 공급한다. 두 플랫폼을 합쳐 약 200억원 규모로, 현대차 1차 협력사 에스엘을 거쳐 납품하며 양산 공정 검수를 마쳤다. 모베드는 물류ㆍ순찰ㆍ안내 등에 활용되는 소형 이동 로봇으로, 에스오에스랩 라이다는 이 로봇이 주변 지형과 물체를 인식해 경로를 설정하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지난 6월 고속도로 요금소 시스템 기업 에스트래픽과 8억3750만원 규모의 스마트톨링(번호판을 찍어 통행료를 매기는 방식)용 라이다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고, 8월 말엔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 7억1400만원어치의 초광각 라이다를 납품하기로 했다. 시장 분위기도 에스오에스랩에 유리하다.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라이다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업체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란 게 정 대표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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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오에스랩 라이다가 적용된 현대차그룹 모베드./사진: 에스오에스랩 제공 |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 수요 혹한기를 견뎠다. 이르면 2022년부터 양산이 예고됐던 완성차 제조사의 라이다 탑재 자율주행차 개발이 잇따라 미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개발 중이던 자율주행 양산차는 대부분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차량이었는데, 시스템 작동 중 사고 책임이 제조사로 넘어오는 데다 관련 제도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부담을 느낀 제조사들은 출시를 미루거나 계획을 수정했다.
양산을 기대했던 라이다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미국에선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았다. 에스오에스랩의 영업손실도 2023년 83억원에서 지난해 161억원까지 불어났다.
에스오에스랩은 자율주행 대신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며 이 기간을 버텨냈다. 첫 양산 매출은 반도체 공장에서 나왔다. 웨이퍼 이송로봇에 달리던 일본산 충돌방지 라이다를 국산으로 바꿔 세메스에 납품했고, 2022년 매출의 대부분을 여기서 일으켰다. 이어 넓은 실외 주차장은 주차면마다 센서를 달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 가로등에 라이다를 달아 빈자리를 찾아주는 시스템을 인천ㆍ제주ㆍ여수ㆍ청주공항에 공급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부터는 제철소ㆍ발전소ㆍ조선소 등에서 작업자 접근을 감지하는 센서도 납품했다. 카메라는 근로자 얼굴이 찍히는 등 개인정보 문제로 반발이 크지만, 라이다는 사람의 형체와 움직임만 파악하기 때문에 안전관리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에스오에스랩은 손실이 불어나는 중에도 매출액을 2023년 41억원에서 지난해 61억원으로 늘렸는데, 지난해 매출의 절반을 이런 인프라 사업에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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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사진: 에스오에스랩 제공 |
당분간의 실적도 로봇과 인프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은 개발 기간이 자동차보다 짧아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모베드를 시작으로 모바일 로봇과 휴머노이드까지 라이다를 시험하는 로봇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ㆍ고속도로 등 공공 인프라는 해마다 발주 물량이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초 58명이던 연구인력을 현재 90명 이상으로 늘리고, 라이다 생산능력도 올해 연 1만대 수준까지 확대하는 등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는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지을 부지도 확보했다.
정 대표는 “3년 안에 로봇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고, 양산차 매출은 5년 뒤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당장의 매출보다 2~3년 뒤 매출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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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노머스 크로니클 (Autonomous Chronicle)
자율주행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기술 패권 경쟁과 규제, 그리고 산업 지형의 변화를 좇고 그 이면을 들춘다.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속사정과 성공ㆍ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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