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석달새 41조 급감 속 8~9월 실질 순유출 23조 달해
남은 투자자 신용 의존도 심화… “반등 주체는 결국 외국인”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국내 증시 대기자금이 석 달 만에 40조원 넘게 빠져나간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원 안팎을 유지하며 개인 자금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자금 이탈 속에 일부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의존도만 높아지면서 개인이 지수를 견인할 여력은 크게 줄었고, 향후 박스권 탈출과 수급 개선의 열쇠는 외국인이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8일 기준 98조3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4일 연중 최고치인 139조6948억원을 기록한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41조3602억원(29.6%) 줄어들며 100조원 선을 밑돌았다.
반면 같은 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9146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27조4038억원까지 줄었던 신용융자는 8월 중순 반등한 이후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8월 초 24.8%에서 33.5%로 8.7%포인트 뛰었다. 전반적인 가계 자금 유출로 증시의 절대적인 자금 저변은 얇아진 반면, 시장에 남은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기자금에 신용을 더해 베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 잔고 수치뿐만 아니라 개인 자금의 실질적인 순유출 속도 역시 전례 없이 빠르다는 점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결제 시차를 감안한 개인의 실질 증시 직접투자자금은 지난 8월 13조5466억원이 순유출돼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8일까지 9조8300억원이 빠져나가 일평균 유출 규모는 8월을 넘어섰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23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과거 시장 조정기와 비교해도 이번 자금 이탈 양상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주가가 고점을 찍고 밀릴 때는 저가 매수세나 물타기 자금이 유입되곤 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꺾이자마자 대규모 유출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직전 약세장(2022~2023년) 당시 13개월 동안 약 35% 밀렸던 낙폭이 이번에는 단 27거래일 만에 38%대 급락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개인 투자 심리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회복하기 위한 수급의 변곡점은 외국인이 쥐게 됐다는 진단이다. 상반기처럼 개인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지수를 견인하는 흐름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한국거래소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에는 외국인이 파는 것을 걱정했지만 개인이 역사적으로 많은 돈을 유입시키며 압도했던 반면, 대규모 순유출을 겪은 개인 쪽에서 다시 강한 자금 유입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향후 수급 변화의 핵심은 외국인이 얼마나 잘 사주느냐에 달렸다”며 “중동 정세의 종결 여부 등이 외국인 수급 회복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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