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재영 기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빨리 나가고 싶다” 건축물 모형만 수백점 모여 있는 한 건축문화제에서 국형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이 떠올린 생각들이다. 국 감독은 “건축문화제는 시민들에게 쉽고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정동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건축문화제는 시민이 보기에 난해한 건축이 아니라 조금 더 만지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팰릿으로 만든 미로를 지나며 건축사진을 관람할 수 있고, 주전시장에 놓인 빈백에서는 잠시 낮잠을 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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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서울건축문화제 전시장 전경/사진=서울시 제공 |
18회째를 맞은 올해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는 ‘Assembling: 서울의 발견’이다. 주요 전시는 △국형걸 총감독과 신경섭 사진작가의 주제전 △제44회 서울시건축상 수상작 완공ㆍ학생 부문 기획전 △지난해 서울시건축상 대상작 특별전 등이 있다.
전시장은 총 1000개의 재활용 팰릿을 재조립해 연출했다. 15m 높이 전시공간에 플라스틱 팰릿으로 타워와 미로를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만이 은은하게 전시장을 밝히고 있다. 전시장을 구성한 팰릿은 모두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기성품을 임대한 것이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다시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국 감독은 한번 하고 나면 쓰레기만 수십 킬로그램(㎏)이 나오는 전시가 싫어 팰릿을 사용했다고 한다.
서울시건축상 완공부문 기획전은 작은 건물처럼 보이는 검은 팰릿 타워 앞에 수상작 모형과 사진을 배치했다. 각 작품 옆에는 모니터 속 건축가가 직접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건축가가 큐레이터가 되는 셈이다. 올해는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대상)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이하 최우수상) △아트센터림 등이 건축상 수상의 영예를 안고 전시에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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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전/사진=서울시 제공 |
국 감독의 주제전은 미로 구조로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에 사로잡는다. 미로는 위에서 보면 길어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제한된 프레임 속에서 시선을 앞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사람 3명도 들어가기 어려운 통로 끝에서 신경섭 작가가 23점의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시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주제전 사진에는 서울의 화려한 고층 건물과 랜드마크만 담긴 것이 아니다. 단독주택과 빌라촌 끝에 덩그러니 솟아있는 아파트 단지, 건물숲 아래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대로변 수천세대 아파트 단지 입면까지 당연하게 지나간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마주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전시 키워드는 ‘복합밀도’ ‘가속 진화’ ‘글로컬리티’다. 다양한 모습이 혼재된 도시의 생활에서 드러나는 복합밀도, 수십년 사이 천지개벽한 서울의 가속 진화, 지역적 맥락 위에서 세계화를 주도하는 글로컬리티 역량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연계전시인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회 파빌리온 수상작이 전시돼 있다. 학생 건축가들의 고민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기간 진행하는 프로그램 건축상수상작 투어와 건축가 오피스투어도 시민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젊은 건축가들을 위한 ‘SAF(서울건축문화제) × YAFK(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컨퍼런스파티’ ‘건축가와의 만남’도 기획해 미래세대 육성에도 기여한다.
국 감독은 “서울건축문화제는 여러 건축문화제들 중에서도 가장 문화제다운 기획”이라며 “시민들께서 서울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재미를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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