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미국과 일본이 다시 엔저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지난 7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이어 일본이 금리까지 올렸지만 미국도 같은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양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엔화가 추세적인 강세로 돌아서려면 미·일 금리차 축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통화한 뒤 엑스(X)를 통해 일본 경제의 기초여건을 반영한 엔화 강세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재무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엔저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지난 7월 공조개입 당시 확인한 양국의 공동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는 공동개입 이후의 엔화 강세가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7월 말 양국의 공동 엔화 매수 개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164엔 수준에서 155엔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상승해 25일 도쿄시장에서는 158엔대 후반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달 BOJ가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줄지 않았다. BOJ는 지난 18일 정책금리를 연 1.0% 수준에서 1.25% 수준으로 0.25%포인트(p)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틀 앞선 16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같은 폭 인상했다. 양국의 이번 인상 전후를 비교하면 정책금리 격차는 2.50~2.75%p로 같다.
BOJ는 추가 인상 방침도 유지하고 있다. 이달 결정문에서는 고유가와 엔화 약세,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 등으로 기업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 간 거래가격의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에도 파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인상 시기와 속도는 경제·물가 전망의 실현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살펴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 인상 방침에도 미·일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추세적인 강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일 금리차의 빠른 축소가 필요하지만 현재 일본이 미국 연준보다 빠른 속도로 긴축을 진행해야 할 만큼 물가와 경제 여건이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엔화의 추가 약세를 제약할 변수로는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꼽힌다.
허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엔 환율은 150~160엔 범위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며 160엔을 상회할 경우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는 BOJ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일 금리차 축소 속도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점이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엔화 약세가 심화될수록 일본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추가 약세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두 요인이 상충하면서 150엔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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