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현장의 AI 대전환, 데이터 및 지식재산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2회 지식재산전략포럼./사진: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서 숙련 작업자의 경험이 학습데이터로 바뀌고 있다. 이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인지, 노하우를 내놓은 작업자에게 어떻게 보상할지를 두고 산업계ㆍ법조계ㆍ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지식재산처와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 23일 서울 조선팰리스에서 ‘산업현장의 AI 대전환, 데이터 및 지식재산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제2회 지식재산전략포럼을 열었다. 기업 경영진과 공학계, 법조계, 정부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기준 없다면 숙련자 기술 숨길 것”
이날 첫 발표에 나선 조석주 포스코DX AX융합연구소장은 제철 현장에 AI를 적용하면서 나온 문제를 소개했다. 공장은 이미 80∼85%가 자동화돼 있지만, 남은 15∼20%는 기계 대신 숙련 작업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해 대처한다. 이런 경험은 매뉴얼이나 시스템 기록에는 없고 작업자 머릿속에만 있는‘암묵지’ 영역으로 분류된다.
포스코DX는 이 암묵지 영역에 대응하는 산업 AI를 만들려 한다. 철판을 자르는 후판 공정에서 숙련자가 눈으로 철판 상태를 직접 확인한 후 절단 위치를 정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식이다. 그러려면 숙련자가 어떤 상황에서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데이터로 뽑아내 AI에 학습시키는 게 먼저다.
문제는 숙련자가 수십년간 몸으로 익힌 노하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추출하려 할 때, 그 노하우의 소유권과 보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조 소장은 이 노하우가 개인 것인지 회사 것인지, 보상을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얼마를 줘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고 했다. 그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숙련자들이 AI 도입에 협조하지 않고 기술을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생 숙련자들이 지금 대거 은퇴하고 있어 시간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그는 가상 공장에서 AI가 만든 학습데이터는 공장 주인 것인지 AI 개발사 것인지, 현장에서 계속 학습하며 바뀌는 AI 모델을 출원 시점에 고정되는 특허로 보호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은 의료 분야 사례를 들었다. 병원 데이터는 의료진이 만들고, 환자가 주체이고, 기업이 가공하기 때문에 주인을 정하기가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학습용으로 의학 서적 100종을 사는 데만 출판사와 일일이 계약하느라 14개월이 걸렸고, 이마저도 과제가 끝나면 지워야 하는 조건이었다고 했다.
◆관련 법은 많지만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법률가들은 현행법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숙련자 노하우 같은 데이터는 특허나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들이 실제로 권리를 어떻게 나눴는지 사례를 모아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데이터에 관한 법이 너무 많은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짚었다. 저작권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등이 각각 권리를 인정하다 보니 관련된 모든 사람이 하나씩 권리를 가지고 있어 정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숙련자들이 자기 노하우에 대한 권리를 본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최 교수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일규 지식재산처 지식재산정책국장은 결국 당사자 간 계약으로 풀 문제라며, 계약 과정에서 분쟁이 줄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분쟁이 생기면 조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데이터와 AI 모델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식재산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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