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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컬렉션’으로 런던서 문화·비즈니스 네트워크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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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10-01 10:40:51   폰트크기 변경      
이재용 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소유 아닌 보존 위해 평생 수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KH컬렉션 순회전 리셉션을 찾은 앤 공주 등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앤 공주, 조지 오스본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사진 맨 왼쪽)과 함께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영국박물관서 순회전 개막 갈라 디너…앤 공주·글로벌 기업 CEO 등 240여명 참석
워싱턴DC·시카고 이어 런던까지…‘한국 문화 알리기’ 넘어 글로벌 파트너 교류의 장으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수집한 문화유산을 세계 주요 미술관·박물관에서 선보이며 한국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문화 후원을 넘어 이건희 컬렉션을 매개로 정·재계 및 문화계 주요 인사와 접점을 넓히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한국의 2000년 예술과 문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개막 기념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모두 참석했다. 갈라 디너에는 영국 정·관계와 재계, 학계, 문화계 인사 등 240여명이 자리했다.

갈라 디너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는 영국 왕실의 앤 공주도 참석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이재용 회장은 앤 공주 및 앤 공주의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과 함께 전시를 둘러봤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영국박물관과 공동 기획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올해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를 거쳐 런던에서 세번째이자 마지막 해외 순회전이다.

영국박물관 전시는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을 포함한 164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5점, 영국박물관 소장품 등을 통해 약 2000년에 걸친 한국 미술과 문화의 흐름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이번 런던 전시는 삼성의 문화유산 활용 전략이 단순히 ‘작품을 해외에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갈라 디너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한국과 영국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행사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도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이어 평생에 걸쳐 작품을 수집하면서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고대와 현대 작품을 아우르며 컬렉션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 카이 베크만 머크 CEO,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imec CEO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 경영진도 참석했다. 문화행사에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대거 모인 셈이다. 삼성 역시 이번 갈라 디너를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는 행사인 동시에 글로벌 기업 및 기관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며 미래 사업의 접점을 넓히는 ‘민간 외교’의 장으로 활용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재용 회장이 그동안 해외 출장과 국제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직접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해 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기존 사업 파트너들과 관계를 다지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이 주도해 마련한 국가 차원의 문화사업이다. 영국박물관 역시 200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대여받아 한국실을 운영해 왔고, 이번 전시는 한·영 문화교류의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삼성 입장에선 이건희 컬렉션이 독특한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기관에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이건희 회장의 문화유산 보존 철학이 함께 조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전은 앞선 미국 전시에서도 상당한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11월 워싱턴DC 전시에는 약 8만명이 방문했고,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열린 시카고 전시에는 약 11만5000명이 찾았다. 두 전시를 합쳐 약 19만5000명이 한국 미술을 관람했다.

이번 런던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의 마지막 무대다. 미국을 넘어 유럽의 대표 문화기관인 영국박물관까지 한국 문화유산을 선보이면서 ‘K-컬처의 뿌리’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가 일단락된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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