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시장점유율 격차 확대…OLED 초격차만으로는 한계
제조AX로 수율·원가 혁신하고 자동차·방산·로봇으로 영토 확장해야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 ‘패널 기술 초격차’에서 ‘AI 제조 경쟁력’과 ‘신시장 선점’으로 경쟁의 축을 옮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LCD를 중심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OLED 기술력만 지키는 전략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인공지능(AI)을 제조 전반에 접목해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동차·방산·로봇·확장현실(XR) 등 새로운 수요처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안보가 된 디스플레이, AI로 이끄는 초격차’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Omdia 자료를 집계한 결과,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1년 41.3%에서 2025년 53.4%, 올해 1분기 55.9%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3.3%에서 31.7%, 올해 1분기에는 28.9%로 낮아졌다.
LCD 시장에서는 중국의 우위가 더욱 뚜렷하다. 옴디아는 2025년 대형 LCD 출하량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OLED에서 여전히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대형 OLED 출하량 기준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80%를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OLED 기술 격차가 곧바로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OLED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 역시 IT용 OLED 등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생산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Omdia에 따르면 2026년 대형 OLED 출하량은 전년보다 18.8% 증가한 388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노트북과 모니터용 OLED가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술 격차를 얼마나 벌릴 것인가’와 함께 ‘얼마나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가 단순 전자부품을 넘어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중국산 디스플레이 의존도를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기술뿐 아니라 생산기반과 공급망 자체를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은 AI 시대의 신시장 확대를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기회로 제시했다. 그는 “공간컴퓨팅(XR·AR), 로봇 인터페이스 등에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제조업체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AI·로봇 등 전방산업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제조 AI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AI를 활용한 생산공정 고도화와 제조 효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도 제조 데이터를 AI와 연결해 수율을 높이고 불량 원인을 빠르게 찾아내는 한편, 공정 최적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대의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제조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정 전반에 자체 AI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과 팹별로 분절된 제조 데이터와 노하우를 보호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특화 제조 AI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반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AI 기반 제조혁신을 디스플레이로 확대하는 개념이다. 개별 기업이 각각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연결해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자체를 넓히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자동차에서는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넘어 차량용 증강현실과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드론·무인체계 확대에 따라 군용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봇과 휴머노이드에서는 사람이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로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임현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센터장은 “완성차 기업과 패널 기업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성능과 양산성을 함께 검증하는 전주기 협력 R&D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본부장은 “방산용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패널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부품까지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무기발광 기술이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의 광통신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며, 초기 시장을 국내에서 형성할 수 있는 공공조달 등 정책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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