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표=한국은행.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원·달러 환율 급등을 여러 차례 겪은 가계일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덜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복되는 환율 충격 속에서 가계가 높은 환율 수준에 맞춰 소비 방식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영준 부국장이 발표한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1998∼2024년 가계의 소비행태를 분석했다.
통상 환율 상승은 실질소득을 줄여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소비가 당시만큼 크게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 관찰됐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안정화 노력과 가계의 경험 축적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과거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적응적 소비행태는 기초소비재보다 선택재에서 더 뚜렷했다. 특히 통신비를 중심으로 과거 환율 급등 경험에 따른 소비행태의 변화가 확인됐다.
세대별로는 X세대(1965∼1979년생)에서 적응 양상이 두드러졌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동과 자산 형성 과정에서 높은 환율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소비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을 익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MZ세대로 분류한 1980∼1995년생은 대규모 환율 상승을 직접 경험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그만큼 고환율에 대응하는 소비행태를 학습하고 적응할 기회도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경제활동을 시작해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은 X세대의 경우 환율 급등기에도 소비 위축이 제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환율 급등 경험이 적은 MZ세대는 소비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가계의 재무 여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에서 환율 급등 경험에 따른 적응적 소비행태가 더 뚜렷했다. 과거 경험이 쌓이면서 높은 환율 수준에서도 소비여력이 줄어들어 소비를 줄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기적인 환율 충격을 줄이는 데 더해 가계의 적응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제언했다. 가계 특성에 따라 소비 반응이 달랐던 만큼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부국장은 “정책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가계 특성에 따른 환율 수준 변화와 소비행태 간의 관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