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설효 기자]금융권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해킹 공격이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전환에 속도를 내온 금융회사들의 보안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일부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고 직접적인 금전 피해도 파악되지 않았지만,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취약점을 자동으로 탐색하고 여러 금융회사를 동시에 공략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보안체계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 7개 금융회사에서 정보유출 피해가 확인됐다. 이번 공격은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보다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와 직원용 업무지원 시스템, 영업지원 시스템 등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한 영역에 집중됐다. 금융회사들이 계정계 등 핵심 전산망을 중심으로 보안을 강화해온 사이 외부 접점과 후방 지원 시스템이 빈틈으로 발견된 셈이다.
특히 일부 은행 공격 과정에서는 공통된 인터넷주소(IP)와 AI 기반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 관련 흔적이 확인됐다. ARTEX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자산 탐색과 취약점 분석, 공격 도구 호출 등을 자동화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금융당국은 AI 도구가 실제 침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공격 주체 등을 추가 분석하고 있다.
AI가 공격에 활용될 경우 가장 큰 위협은 기존 해킹 기법 자체보다 속도와 규모다. 사람이 일일이 시스템을 살펴 취약점을 찾던 작업을 자동화하면 여러 금융사의 외부 시스템을 동시에 탐색하고 반복적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관리하지 못한 웹페이지나 직원·모집인용 시스템 하나가 전체 보안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권의 AI 도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은행들은 상담과 상품추천을 넘어 내부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여신심사 보조 등 후방 업무까지 AI 활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권 AX를 지원하기 위해 AI 활용 확대와 망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AI 시대 해킹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목적 AI 활용과 망분리 규제 완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보안원도 지난해 '2025년 AI 레드팀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 AI 시스템이 고도화된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의 판단을 왜곡하거나 내부 설정정보를 빼내는 공격에 대비해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추적하고 사람의 검토와 승인, 권한통제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AI 공격은 AI로 방어하는 보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외부에 노출된 IT자산과 서비스, 인증·접근통제, 침해활동 탐지체계를 전면 재점검하도록 했다. 대출모집인과 위탁업체, 임직원이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개인신용정보가 불필요하게 보관·조회되지 않도록 하고 외부 접근권한도 최소화하도록 주문했다.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에는 유출 범위와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피해구제·보상에 나서는 한편,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요구했다. 금융권 전체에는 공격 IP와 공격수법을 신속하게 공유하고 제로트러스트 원칙에 기반한 보안체계 재구축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금융·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금융권에서는 AX 자체를 늦추기보다 AI 도입과 보안 고도화를 같은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웹서비스와 직원·모집인 시스템, 외주업체·제휴사 연결망까지 상시 관리하고 다중인증과 최소권한 원칙, 제로트러스트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권의 AX 경쟁은 AI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뿐 아니라 그 속도에 맞춰 보안 역량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됐다. 보안대책 없는 AX가 새로운 공격 경로를 넓힐 수 있는 만큼 AI 활용 확대와 방어체계 고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희·설효 기자 eddy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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