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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대한경제 DB |
주택공급은 발표 숫자가 아니라 입주 물량으로 전달되는 과정 전반을 평가해야 한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힘을 싣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주요 자치구가 정비사업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변화다.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이 현장의 성과로 이어지려면 인허가와 주민 갈등을 전면에서 맞닥뜨리는 기초지자체의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남구는 7월 ‘재건축 신속화합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전문가 지원단을 출범했다. 인허가 기간 30% 단축과 지연사업장의 완공을 2년 이상 당기는 게 목표다. 서초구는 6월 ‘찾아가는 재건축 신속지원단’ 운영 방침을 마련한 데 이어, 7월부터 ‘쾌속시동 100일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강남권에 국한된 흐름도 아니다. 노원구는 9월 ‘재건축·재개발 규제혁신 100’을 발표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한 규제 개선과 맞춤형 지원 계획을 밝혔다. 중랑구도 7월 ‘신속추진지원팀’을 신설했으며, 은평구는 9월 확정한 민선 9기 공약사업에 ‘은평형 착착개발’을 담았다. 정부의 ‘닥치고 공급’ 기조에 발맞춰 지원조직 확충과 제도 개선 계획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행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다. 절차가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이 누적되고, 공사비 변동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전담조직이 부서 간 협의를 조정하고 현장의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다면, 사업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더 많은 기초지자체가 이러한 행렬에 동참하길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행정의 속도가 곧 공급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허가를 앞당겨도 조합원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면 사업은 멈춘다. 공급을 서두를수록 조합원의 자금 여력, 공적 보증을 통한 저리의 사업비 마련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공급 목표와 금융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는 현장의 병목을 옮겨 놓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는 비단 조합원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실수요자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어야 공급이 주거안정으로 이어진다. 상환능력을 확인하는 원칙은 유지하되, 지역의 수급과 실제 거주 목적을 반영해 금융규제를 조정하고 실수요자의 자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비규제지역에서도 일률적으로 은행이 자체 한도를 축소하거나 대출 접수를 중단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수요 없는 공급만 남게 된다. 서울에서 시작한 제도 개선 움직임이 수도권전역과 지방 광역시까지 이어지려면, 실수요자가 필요한 자금을 예측 가능하게 조달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비사업을 움직이는 행정, 조합원의 사업 참여를 뒷받침하는 금융, 새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최근 자치구의 적극적인 행보가 일회성 속도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체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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