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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체계 복잡해져… 변호인 조력권 충실히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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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10-13 06:00:47   폰트크기 변경      
[대경 초대석]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경찰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 조력
의견서 제출ㆍ조사 참여 보장해야

형사 성공보수는 조건부 계약
착수금 부담 낮춰 약자 접근성 높여

외부 위원 참여… ‘주의 로펌’ 심사
피해ㆍ상습성 따져 선임 전 안내

전관 인맥 앞세운 허위 광고 경계
의뢰인 보호… 정직한 회원 지켜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변호인 조력권은 사건의 결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절차가 보장돼야 하고, 경찰의 처분 하나하나도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 접견실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조순열(54ㆍ사법연수원 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최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형사사법체계가 복잡해지고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변화의 속도를 현장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조 회장의 진단이다.

서울변회는 우리나라 전체 개업 변호사 3만2171명의 76.2%인 2만4504명이 소속된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변호사회다. 조 회장은 변호인 조력권 침해에 대한 현장 대응과 함께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 자율징계 강화, 선임 시 주의해야 할 로펌 지정 등을 통해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과 사법신뢰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형사 성공보수 문제도 변호인 조력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착수금 부담 때문에 변호사를 찾지 못하는 서민과 약자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허위 광고와 부당한 전관 영업으로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회장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광주 숭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개업해 황소법률사무소 대표와 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 등을 지냈다. 제46대 대한변협 부협회장, 제96대ㆍ제97대 서울변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25년 1월 제98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2년째 서울변회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형사사법체계 변화 속에서 변호인 조력권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형사사법체계가 굉장히 복잡해지면서 사건 당사자들은 어디에 고소해야 하는지, 어느 기관에서 소환하는지, 관할은 어떻게 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 있는 사람조차 새로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변호사의 법률 조력이 필요하다.

특히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전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의 중심에 서게 됐지만, 수사 현장에서 경험하는 변호인 조력권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변호인이 나타나면 경찰이 불편해하거나 “이런 사건에 왜 변호인을 선임했느냐”고 묻는 사례도 있다. 제도가 바뀌었다고 인식까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 간극을 줄이고 수사 단계의 변호인 참여를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

수사 현장에서 어떤 침해가 나타나나.


변호인이 의견서를 내겠다고 해도 경찰이 보지 않거나, 제출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온다. 변호인의 의견이 나오기 전에 처분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의견서 제출 기회를 주고 그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조사 일정도 문제다. 당사자가 조사 일정을 통보받고 부랴부랴 변호인을 선임하면, 변호사는 사건을 파악할 시간과 기존 일정을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정을 바꿀 수 없다며 출석을 고집하면 당사자는 결국 혼자 조사받게 된다. 변호인 조력권은 결과뿐 아니라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권리다.

심지어 경찰을 ‘0심 판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사 단계의 판단이 이후 기소ㆍ재판 단계의 판단에도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처분 과정도 신중해야 한다.

변호인 조력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회원들과 사례를 공유하고 제보를 받는다. 공문을 보내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경북 상주경찰서에 마약ㆍ조직폭력 등 일부 범죄군의 변호인 참여를 제한한다는 과거 안내문이 남아 있었을 때도 경찰서를 직접 방문했다. 국가수사본부에는 항의 방문과 함께 전국 경찰서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상주경찰서는 기존 안내문을 내리고 조력권을 안내하는 배너를 설치했다.

단지 한 사건의 개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찰 내부의 교육과 지침, 사법경찰 평가, 침해 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을 통해 전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인식 변화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 접견실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를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서민과 약자가 변호인을 찾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성공보수는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이 성취됐을 때 그에 맞는 보수를 지급하는 ‘조건부 계약’이다. 착수금을 최소화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사건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본 2015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이런 계약을 할 수 없게 됐다. 변호사도 사건 수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 해 처음부터 착수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돈을 준비하지 못하는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워진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과 서민 사이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까지 차이가 생기는 문제를 봐야 한다.

과도한 성공보수나 전관예우의 폐해는 어떻게 막아야 하나.

과다한 보수가 문제라면 과다하게 받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보수의 과다함과 조건부 계약 자체가 필요한지는 구분해서 논의해야 한다. 성공보수는 필요하고, 과도한 보수를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전관예우나 불법 로비가 개입했다면 그 행위를 끊어 내야 한다. 일부 부정적인 사례를 형사 성공보수 전체의 문제로 돌려서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 대한변협이 공개변론을 신청했고 서울변회도 공개변론을 원한다. 국민과 법원에 실제 의뢰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리고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변호사단체의 자율징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엄정하게 다루는 것이다. 회원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덮으면 정직하게 일하는 변호사까지 신뢰를 잃는다. 제가 지켜야 할 회원은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정직한 회원들이다.

자율징계가 ‘서로 봐주기’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도록 징계를 강화해 왔다. 징계권을 제3의 기관으로 옮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더 강력하고 공정하게 정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본다.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을 눈감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선임 시 주의해야 할 로펌 지정’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의뢰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내부 제재는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 규모가 큰 로펌에는 과태료가 충분한 억제 수단이 되지 못할 수 있고, 대표가 바뀌는 방식으로 정직 등 징계의 효과가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선임 전에 중요한 정보를 알려 피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전관이 실제로 변론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착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지 등을 의뢰인이 알고 계약해야 한다. 제도의 목표는 ‘계도’에 있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영업을 멈추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돌아오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응징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주의 로펌 지정 기준과 진행 상황은.

‘주의 로펌’ 지정 기준을 확정하고 조만간 조사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뢰인의 피해 여부를 중심으로 불법 광고를 통한 수임, 광고와 실제 변론의 차이, 징계 신청의 빈도와 기간, 민원, 부실 변론, 피해 정도와 반복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살필 것이다.

광고 하나만 보고 지정하거나 특정 로펌을 미리 정해 놓고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판사를 비롯한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객관적인 지표로 엄중하게 심사한다. 평가 이후 공개 범위와 방식도 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다.

변호사 광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

변호사의 전문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광고는 권장한다. 대한변협의 ‘나의 변호사’를 통해 변호사를 알리는 것도 같은 취지다. 개인 변호사나 로펌도 홈페이지, 블로그, 각종 매체로 전문성을 소개할 수 있다.

다만 대한변협의 광고 규정에 따라야 하고, 허위ㆍ불법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홈페이지에 전관 변호사를 줄지어 올려 실제로 그들이 변론할 것처럼 광고해 놓고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의뢰인이 기대한 법률서비스와 달라진다. 광고 내용과 실제 업무가 일치해야 한다.

전관이나 경찰 출신 인맥을 내세운 영업은 어떤 문제가 있나.

상담 자리에서 경찰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아는 경찰에게 전화하면, 의뢰인은 사건이 유리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실제 사건 담당자가 아니거나 영향력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의뢰인을 현혹한 것이다. 그런 기대 때문에 거액의 선임료를 내는 일이 생긴다.

전직 고위 공무원을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영입한 사실을 넘어, 그 인맥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어 줄 것처럼 광고하거나 약속하는 행태도 문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의뢰인이 피해를 입고, 실제 불법 로비로 부당한 결과를 얻었다면 상대방이 피해를 떠안는다. 이런 전관예우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 국민이 변호사를 믿지 못하게 되는 고리를 끊어야 성실하게 일하는 변호사도 보호받을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과 포부는.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성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마무리하겠다. 다만 장기 과제를 부실하게 끝내기보다는 큰 길을 열어 놓고 후임 집행부가 이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나 선임 시 주의해야 할 로펌 지정도 2년 임기에 맞춰 조기에 끝내려 하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 중장기 계획으로 시작한 일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 놓겠다.

변호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어려움 때문에 불법으로 나아가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는 것이 목표다. 남은 임기 동안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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