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세종시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치우쳐 행정 효율성과 국가위기 대응능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행정안전부는 13일 내년에 법무부·성평등가족부·금융위원회 등 27개 기관이 세종의 임차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국방부·경찰청 등 17개 기관은 독립청사를 신축해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옮긴다. 청사 건립에만 약 3조1000억원이 투입되고, 내년 임차청사 조성과 이주지원 등에 897억원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외교·안보·치안기관의 이전은 일반 행정부처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외교부는 서울에 집중된 주한 외교공관과 상시 협의해야 하고,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와 군 지휘체계, 대통령 국가안보실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경찰청과 형사사법기관 역시 전국적인 수사·치안 협력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청사 이전에 앞서 기관별 업무 특성을 반영한 기능 재배치와 비상대응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전 일정의 불일치도 문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 예정이다. 중앙부처 이전이 완료되는 2031년 이후에도 국회와 행정부가 서울과 세종으로 나뉘는 비효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부처 이전이 곧 국토균형발전의 완성은 아니다. 수도권 집중의 근본 원인인 민간 일자리와 산업·교육·의료 인프라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관별 이전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검증하고, 국가안보와 행정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행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에게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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