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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ㆍ정비구역 해제 실무를 총괄했던 서울시 고위 관료가 시 내부적으로 ‘ABC 대책’이라는 비공개 프로젝트를 가동해 정비구역을 사전에 분류해 해제했다는 사실을 14년만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외적으로는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한 실태조사’를 내세웠으나, 시 내부적으로는 이미 680여곳의 정비(예정)구역을 두고, 사전에 진로를 분류해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비구역 389곳에서 공급 예정이던 아파트 43만 호가 증발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서울 주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주택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 설명 브리핑에 참석해 과거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 과정의 내부 비화를 공개했다.
김 부시장은 “주택·도시계획 업무 분야에 25~27년가량 근무해왔고, 전임 시장 시절 정비구역 해제 지역을 총괄했던 역할도 했다”며 “언론 보도에 나오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 있다. 당시 내부 프로젝트명으로 ‘ABC 대책’이라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시장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는 해제 대상이 된 약 389곳을 세 부류로 나눠 관리했다. △A(해제를 할 지역) △B(해제냐 존치냐를 고민해 보고 방향을 설정할 지역) △C(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될 지역)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대책을 대외에 밝히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 시점에 발표를 못한 이유는 당시에 어떤 분위기상 ‘해제가 끝났다’라는 것을 굳이 발표할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발표를 못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2년 1월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직후 갈등 수습과 출구전략을 명분으로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구역 정리에 착수한 바 있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수습방안 발표 이후 2018년 2월 기준으로 실태조사 대상 683개 정비(예정)구역 중 해제 결정 393개소, 정비사업 정상 추진 262개소 등 전체 대상의 약 96%에 달하는 655개소가 진로를 결정지었다.
공식적으로는 ‘주민 실태조사에 따른 자율적 수습’으로 포장됐으나, 실상은 시 내부 ‘ABC 대책’에 맞춰 해제(A·B 일부)와 정상 추진(C·B 일부)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었음이 핵심 관계자의 입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김 부시장은 오세훈 현 시장 취임 직후 공직사회가 받았던 강한 질책과 수습 과정도 가감 없이 전했다.
그는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여기에 대한 강한 질책이 있었다”며 “‘공무원 본연의 일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법적으로 추진해야 될 부분들을 중심을 잡고 추진을 못 했다, 아무리 전임 시장이 시켰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책을 했다”고 전했다.
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질책 후 인사 상 불이익 같은 소위 ‘적폐 청산’은 하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간부들과 다 같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시장은 공급 정상화의 계기로 ‘6대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제가 처음 고민했던 게 6대 규제 완화였다. 그때 나왔던 것들이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큰 동력이 됐다”며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여러 번 봤던 동의율을 개선했으며, 35층 룰 규제 완화 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백서 발간의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오세훈 책임론’에 대한 사실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 부시장은 “요즘 세태를 보면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들이 너무 산발적으로 자주 나오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 ‘시장이 정비구역을 해제했다는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는 분명히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정확한 근거와 통계와 수치로 증명되는 백서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진실이 남아야지 승자의 역사가 되면 안 된다”며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얘기도 있듯이,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 주택 공급에 대한 팩트가 정확히 정리되지 않고는 지금 추진하는 주택 공급 대책들의 기초가 흔들린다. 과거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인식부터 시작해야 주택시장 안정화가 논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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