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ㆍ서초ㆍ영등포 등 구청장 직속 조직 경쟁… 서울시는 모아주택 초기자금 융자
자치구 ‘구역지정권 이양’ 요구… 서울시ㆍ조합 “병목 잘못 짚었다”
“권한보다 자금줄”… 이주비ㆍ지위양도 규제 풀어야 주택공급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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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선 9기 출범이 금세 100일이 넘었네요.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지자체 발표인데요. 온통 재개발ㆍ재건축 얘기네요.
이= 송파구가 지난 19일 100대 공약사업을 확정하면서 ‘지원 행정’ 기반의 재건축ㆍ재개발 신속 추진을 핵심으로 내걸었어요. 서울 25개 구 중 10곳 이상이 구청장 직속 TF(태스크포스)나 전담 추진단을 만들었고요. 강남구는 은마아파트 사업시행계획을 신청 27일 만에 인가했고, 영등포구는 변호사ㆍ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 108명을 위촉했습니다. 서울시도 15일 모아주택 7곳에 초기사업비 80억원을 저리로 빌려주는 전국 최초 융자제도를 내놨죠.
한=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나서는 건가요.
이= 공급절벽과 집값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88주째 오르는 가운데, 김준형 명지대 교수(대한도시정비포럼 전문위원)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 배경으로 입주 물량 감소를 꼽았습니다. 적정 물량이 연 4만5000가구인데 내년엔 2만2000여 가구로 줄어든다는 진단이에요. 서울 새 아파트의 88%가 정비사업에서 나오니, 사업 속도가 곧 공급이고 주민 재산권이죠. 인허가 권한을 쥔 구청장에겐 성과를 보여주기 가장 좋은 분야이기도 하고요.
한= 그런데 자치구들이 속도전을 넘어 아예 권한을 더 달라고 나섰다면서요.
이= 맞습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논란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어요.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 9개 가운데 조합설립ㆍ사업시행ㆍ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구청장 몫이고, 서울시는 구역지정 심의와 통합심의 2개만 갖고 있는데요. 지난 8월23일 고위당정협의회가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구청장에게 넘기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지방선거 당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이었죠. 자치구도 적극적입니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이 구청장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렸고, 동작구 주관 TF 2차 회의에서 16개 구 정비사업 담당 과장들이 대상 기준을 ‘500세대 미만’에서 부지면적 ‘3만㎡ 이하’로 바꿔 건의하기로 합의했어요. 정비계획 경미한 변경 범위를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넓히는 방안도 함께 추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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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가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500가구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 반대’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이종무 기자 jmlee@ |
한= 서울시와 도시정비 조합 측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 둘 다 반대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이 하나의 거대 생활권이라 상하수도ㆍ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광역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자치구 단위로 결정하면 난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에요. 시가 맡은 구역지정ㆍ통합심의 기간도 전체 사업기간 12년 중 약 4개월에 불과하고, 500가구 이하 193개 사업장 중 구역지정 단계는 31곳(16%)뿐이라고 반박했죠. 오히려 현장에선 자치구 인허가 지연을 호소한다는 겁니다. 서울 65개 구역 조합장들이 참여한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도 신속통합기획 도입 후 5년 넘게 걸리던 구역지정이 2년 안팎으로 줄었다며, 병목은 구역지정 이후 자치구 단계에 있다고 지적했어요. 추진위 승인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단계별 처리기한을 법으로 정하는 게 먼저라는 요구고요.
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봅니까.
이= 김 교수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집값 잡겠다며 국민 잡는 부동산 대책’ 토론회에서 권한 이양에 우려를 나타냈어요. 25개 자치구로 권한이 쪼개지면 법적 요건을 갖추고도 구청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허가가 지연되는 ‘25개의 엇박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중앙은 금융ㆍ제도, 지방은 개발ㆍ계획으로 역할을 나누고,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투입과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같은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한= 지자체마다 앞다퉈 지원책을 내놓지만, 정작 핵심은 비켜간 듯하네요. 조합원에게 시급한 건 구역지정 권한을 둘러싼 줄다리기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와 이주비 한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처럼 자금줄을 조이는 정부 규제를 푸는 일입니다. 지자체의 행정 지원과 정부의 금융ㆍ이주 대책이 맞물려야 비로소 ‘주택공급’이라는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겁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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