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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인허가 막힌 22년간 착공 못 보고 50여 명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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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10-22 11:26:56   폰트크기 변경      
세운4구역 주민들, 국가유산청에 공개질의서

지난 2017년,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의 종묘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세운4구역 토지소유자 및 주민들이 국가유산청을 상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의 법적 근거와 행정 형평성를 내용으로 한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지난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2년간 착공이 지연된 상황에서, 국가유산청이 과거 고시와 공식 유권해석을 뒤집고 불필요한 규제를 강제해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사망한 토지소유자만 50여명에 달한다. 

22일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위원장 김종길)는 국회 정기국회 국정감사 일정에 맞춰 국가유산청에 ‘세운4구역 주민 호소문 및 국가유산청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관련 행정 처분의 즉각적인 중단과 명확한 법적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경계로부터 약 170m 떨어져 있어, 현행법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바깥에 위치한다.

주민이 제시한 행정 문서에 따르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2017년 1월 5일 고시 제2017-7호를 통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문화재청 별도 심의' 조항을 스스로 삭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고시 사유로 ‘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행위이므로 문화재 영향검토를 생략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처리함’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2023년 2월 23일, 세운4구역 토지소유자들의 국민신문고 질의에 대해서도 문화재청은 공식 회신을 통해 “변경 고시된 고시 제2017-7호가 현상변경 허가기준이므로 궁능문화재과-2881호(문화재청 협의) 기준은 의무적 이행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올해 5월6일 처분사유서를 통해 세운4구역 사업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되돌리기 어려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와 인가 절차 유보를 전격 통보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과거 국가가 고시와 공식 회신으로 문화재 영향검토 대상이 아니며 협의 의무가 없다고 확인했던 땅에 대해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국가 행정의 신뢰보호 원칙을 짓밟는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세운지구 내 다른 사업장과의 행정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세운지구 내 세운3구역과 5구역 등은 2017년 고시 개정 이후 문화재 심의 없이 개발을 이어왔다. 실제로 2024년 세운3-2·3구역과 세운5-1·3구역이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을 때에도 국가유산청의 문화재 심의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는 없었다.

주민들은 “같은 세운지구 내 3·5·6구역에는 지난 9년 동안 요구하지 않던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왜 유독 세운4구역에만 강제하는지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화재 심의의 근거로 쓰이던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제19조 제5항의 효력 문제도 제기됐다. 해당 조항은 2023년 10월 4일 서울시의회에서 삭제 의결됐고(2024년 5월 20일 조례 폐지), 대법원은 2025년 11월 6일 해당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적법하게 삭제된 조례 요건 문구(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2026년 5월 처분사유서에 그대로 원용해 규제를 되살렸다”며 현재 세운4구역에 평가 의무를 지우는 구체적인 법령 조문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2년간 착공이 막히면서 누적 사업비는 약 8000억원에 달하고, 매달 20억 원 이상의 금융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사이 착공을 보지 못하고 사망한 토지소유자만 50여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착공을 위해 사비를 들여 3만1000㎡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쳤으며, 이문(里門)과 배수로 등 매장유구 보존을 위해 상업공간 일부를 전시관으로 설계에 반영하는 등 보존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2025년 10월 30일)과 통합심의(2026년 3월 19일)를 거쳐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2026년 6월 18일 인가, 6월 19일 고시)까지 완료됐으나, 국가유산청 매장유산분과위원회는 올해 8월 19일과 9월 16일 두 차례 연속으로 심의를 보류한 상태다.

주민대표회의는 이번 공개질의서를 통해 △세운4구역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는 구체적인 법령 조문 및 문서번호 △타 구역과의 차별적 규제 적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매장유산 심의 연계 여부 및 관련 회의록(8월 19일·9월 16일 분과 회의) 공개를 요구했다. 아울러 매장유산 심의를 세계유산 절차와 엄격히 분리해 조속히 결론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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