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른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2심에서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1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도 결백을 믿어주시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시민 여러분의 진심과 혜안에 대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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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가 달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일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도 모두 1심과 달리 무죄가 선고됐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뒤 10차례 공표ㆍ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는 대신 그 대가로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5차례에 걸쳐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선거 캠프 비서실장이던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연락하며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에 대해 상의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었다. 앞서 명씨는 당시 자신이 오 시장과 7차례 만났고, 오 시장이 선거 때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했다는 명씨 주장의 신빙성을 일부 인정해 오 시장의 혐의 가운데 여론조사 5회 비용, 2100만원을 대납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2021년 1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해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비공표 여론조사와 선거전략 등을 논의한 정황도 인정된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반면 2심은 명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명씨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명씨의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씨 진술 중에는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단순 추측에 근거하거나 과장되게 진술한 점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명씨는 수사 중에 오 시장의 혐의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는데, 오 시장이 명씨를 고소하겠다고 발표한 2023년 12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오 시장의 혐의에 대해 진술하고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위협적인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2심 과정에서 새로 제출된 명씨와 김씨 간의 통화 녹음파일 등을 종합할 때,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대납을 요청했다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2심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며 “검사의 입증이 이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일관성이 없어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심 판결에 따라 오 시장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됐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자 본인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오 시장은 1심 판결대로 형이 확정되면 시장 자리를 잃을 뿐만 아니라,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어 차기 대선 출마도 막힐 위기였다.
오 시장은 판결 직후 “재판 기간 제가 의심받는 동안에도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신 많은 국민이 있었다”며 “그분들 덕에 버티면서 일하고 재판도 견딜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정말 완벽하게, 조심스럽게 공직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앞으로 완벽하게 처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호준석 대변인 명의로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삶의질 특별시’, 외로움없는서울, 약자동행, 청년지원 등 오 시장의 민선 9기 중점정책들을 더욱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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