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경제DB. |
학계 “이주 물량 핑계로 정비사업 늦추면
3~5년 뒤 수도권 매매ㆍ전세 동반 폭등”
최근 전세 물량 감소로 임대가격 급등
토허구역ㆍ다주택자 규제 등 원인 지적도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도심 주택공급의 유일한 통로로 평가받는 도시정비사업에 ‘이주 대책’과 ‘전월세 불안’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것은 향후 더 큰 폭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책 모순’이라는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최근 전월세난 원인이 주택공급 부족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실거주 유도 △다주택자 규제 등 정부 주택정책이 맞물렸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대규모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을 두고 멸실과 이주에 따른 ‘전월세 대란’ 가능성을 경고하며 사업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시 기존 주택 멸실과 주민 이주가 불가피한 만큼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전월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정비사업 이주 수요의 본질을 전형적으로 오인한 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의 본질은 주택 매입이 아닌 ‘공사 기간(3~4년) 동안의 임시 임차’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합원과 세입자의 약 80%는 재개발ㆍ재건축 기간 동안 인접 지역이나 서울 외곽, 경기ㆍ인천의 다세대ㆍ다가구 등 비아파트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한다. 단기 임차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연하게 흡수되기 때문에 정비사업 이주 자체가 전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정재훈 단국대 교수는 연구 발표를 통해 “도심 내 유일한 주택 공급 창구인 정비사업을 막아버리면 아파트의 희소성은 극대화된다”며 “당장 눈앞의 전월세를 잡겠다고 사업을 늦추면 3~5년 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폭등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단기 안정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정비사업을 늦추는 것은 주거 안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설명이다.
정책 모순은 여당 내부에서도 지적된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2년 실거주 의무가 기존 세입자 거주 주택의 거래와 전세 공급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과감한 실거주 의무 폐지와 민간 임대사업자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시장에선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정비사업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해제해 민간 임대 공급을 물꼬를 터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갭투자 차단을 이유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2년 실거주 의무 부과, 다주택자 양도세ㆍ취득세ㆍ종부세 중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 다중 규제를 겹겹이 꽁꽁 묶어두면서 민간 임대주택이 시장으로 출회될 통로가 전면 차단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누계(1~8월) 수도권 준공(입주) 물량은 8만75호로 전년 동기 대비 21.6% 급감했고, 서울(2만5630호)과 경기(4만4167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1%, 25.9% 줄어드는 등 공급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임대 공급을 책임지던 다주택자의 공급이 막히고 준공 입주 물량마저 줄어들자, 수도권 전월세 시장의 월세 거래 비중은 8월 누계 기준 67.2%(서울 69.9%)까지 치솟으며 세입자들이 비자발적 월세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규제로 임대 공급을 막아선 정부가 그 여파를 정비사업 이주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본말전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근 세미나에서 “정비사업으로 인한 임대차 시장 불안이 우려된다면, 시장에 전세 물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와 실거주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세 공급을 옥죄는 규제는 그대로 둔 채 가용한 이주 물량에 맞춰 사업을 허용하겠다면 서울의 정비사업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임성엽 기자 starleaf@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