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의료기기 납품업자에게 수술 중 일부 보조행위를 맡긴 사실을 숨긴 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사가 주된 수술을 직접 집도했더라도 비(非)의료인이 의료행위에 참여한 이상 해당 수술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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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의사이자 병원장인 A씨는 2015∼2019년 인공 고관절 수술 등 32차례 수술에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납품업자 B씨를 참여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술 과정에서 B씨는 수술 부위를 벌리는 도구를 잡거나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수술 도구를 잡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A씨는 B씨의 수술 참여 사실을 숨긴 채 적법하게 수술한 것처럼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2015~2019년 23차례에 걸쳐 9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았다. 의약품ㆍ의료기기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경제적 이익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1ㆍ2심의 판단은 다소 엇갈렸다. 1심은 사기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B씨의 역할은 극히 일부 진료보조행위에 그쳤고, 주된 의료행위는 A씨가 직접 한 만큼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려는 고의까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면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개별 진료행위 역시 의료법에 따른 적법한 의료행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했다면 해당 의료행위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없고, 이는 비의료인이 의사와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는 비의료인인 B씨와 함께 수술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적법하게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처럼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며 “이는 공단의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기죄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는 범위는 구분했다. B씨가 수술 자체에만 가담한 만큼 해당 수술 이외의 입원비ㆍ약제비ㆍ검사비 등에 관한 요양급여까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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