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공급 해법’ 한목소리… “정쟁 떼고 市·구 협력 필요”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서울 정비사업 현장들이 오세훈 시장의 2심 무죄 판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사법 리스크는 한층 덜었다는 평가다. 다만 주택 공급난의 해법이 정비사업 활성화에 여야가 공감대를 같이 하는 만큼 ‘중단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에 대한 2심 판결 이후 서울시 지원에 기대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재개발 구역일수록 안도감이 크다. 강북권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1심 선고 뒤 뉴타운 때처럼 사업이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조합원 전화가 빗발쳤다”며 “이번 판결로 남은 인허가 절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는 행정2부시장이 매달 25개 자치구와 정비사업 공정을 점검하는 체계를 가동 중이다. 송파구에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통합심의와 관리처분 등 핵심 인허가를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속도가 붙고, 올해 3만가구 착공 목표 달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감에도 시장의 거취에 따라 정비사업이 흔들리는 구조는 그대로다. 뉴타운 구역이 무더기로 해제되고 35층 높이 규제가 생겼다 사라지는 등 정비 정책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히듯 변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시민 몫이 됐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비사업을 정치 이슈에서 떼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서울 주택 공급난의 해법이 정비사업 활성화에 있다는 데 여야는 한목소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정원오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36만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정부도 8·13 대책에서 서울시 건의를 받아들여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췄다.
그럼에도 지난 8월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놓고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정면충돌하는 등 정비사업은 번번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정비사업이 서울시장 재판 결과는 물론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이 출렁이면 금융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된다”며 “시장 임기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공급 로드맵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 등 도시계획 전반의 인허가권을 가진 시장과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인가를 쥔 25개 자치구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선 9기 구청장 25명 중 17명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시와 구의 협치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와 구가 소속 정당을 따지며 엇박자를 내면 인허가는 또다시 멈춰 선다”며 “서울시가 이달 8개 자치구와 맺은 공급 협력 협약을 25개 구 전체로 넓혀 정례화하고, 정비사업만큼은 정쟁에서 떼어내겠다는 여야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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