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 유죄 판단은 유지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반발하며 영장 원본 등을 가져가 약 한 달간 돌려주지 않았더라도 절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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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절도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자택에서 배우자의 주택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경찰이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ㆍ카드 명세서 30장을 압수하자 항의했다. A씨는 명세서를 가져가 반환을 거부하고 이를 회수하려는 경찰관의 가슴을 밀쳤다.
경찰이 명세서를 되찾자 A씨는 영장 원본 2부와 압수목록 교부서 등을 가져가 소파에 깔고 앉아 “명세서를 돌려주면 서류를 돌려주겠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경찰관의 손등을 때리고, 철수하는 다른 경찰관의 뒤통수에 굵은소금 뭉치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A씨는 경찰서를 방문하고도 영장 서류를 반환하지 않다가 약 3주 뒤 수사관의 질문을 받고 임의제출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와 영장을 훔친 혐의(절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ㆍ2심은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여러 차례 반환 요구를 거부한 채 영장 등을 장시간 점유해 일시 사용으로 보기 어렵고, 절도죄의 ‘불법영득 의사(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 소유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뜻)’도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맞다고 봤지만,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영장을 상당히 장시간 점유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장 등을 자기 소유물처럼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려는 의사가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 등을 반환하겠다’는 A씨의 발언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영장 원본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그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압수목록 교부서는 피압수자 등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작성ㆍ교부되는 서류인 점을 보면 A씨가 영장 등을 경제적 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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