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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국내 1호 무가선 노면전차(트램), 위례선이 다 지어놓고도 달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트램 사업이 공식 추진된 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회와 중앙정부가 트램 운행을 뒷받침할 통합 법률 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막상 인프라가 들어서자 법과 제도의 공백이 행정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진통을 계기로 관련 법령과 설치 기준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뒤이어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인 대전과 울산 등 타 지자체 사업은 동일한 개통 차질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의 갈등조정안에 따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도로분야 교통시설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맺고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개통 일정은 불가피하게 연기됐다.
위례선 트램은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남위례역을 잇는 총연장 5.4㎞ 노선이다. 현재 시설물검증시험을 진행하는 등 인프라 공사 공정률은 97%로 사실상 끝났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국회로부터 촉발된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됐다. 위례선은 전체 구간 중 1.2㎞가 보행자 혼용구간이고 교차로 13곳에서 일반 차량ㆍ보행자와 도로를 공유한다. 도로에 궤도가 깔리는 복합 교통수단이지만, 현행 법률 체계에서 트램은 도시철도법과 도로교통법 사이에 낀 ‘법적 미아’ 상태다.
경찰청이 지난 2019년 도로교통법을 일부 개정해 전용 신호기와 표지판 근거를 마련했으나 이는 단편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트램을 도시철도로 볼 것인지 도로로 볼 것인지, 사고 발생 시 관제와 경찰 중 누가 현장 통제 우선권을 갖는지, 사고 조사의 주체가 경찰인지 국토부 항공ㆍ철도사고조사위원회인지조차 명문화돼 있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적 결함 탓에 도로 위 안전시설 설치를 확정해야 하는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심의는 2024년 11월 부결 이후 2년 넘게 공전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선 집행 기관 역시 제도적 딜레마에 갇혔던 셈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법령 공백을 이미 4년 전부터 예측하고, 전 방위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현재 트램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2대 핵심 선결 과제’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시가 꼽은 선결 과제는 ‘트램에 특화된 보행자 횡단시설 및 물리적 안전시설 설치 기준 마련’이다. 현재 경찰이 요구하는 보행자 횡단 차단기 등은 도로교통법과 도시철도법 어디에도 규정이 없는 만큼,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도로교통 체계 내 설치 기준을 명시적으로 정비하거나 국토부 내부 기준을 신설해 심의 통과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램 운전자 보호를 위한 형사처벌 특례 조항 신설’도 필요하다.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통해 일정 요건을 갖추면 형사처벌이 최소화되지만, 도로를 달리는 트램 운전자는 이 같은 법적 보호망이 전무하다. 시는 국회에 관련 특례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며, 현재 해당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시는 앞서 2024년 국토부로부터 ‘도로ㆍ철도 중복 결정’ 회신을 받아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법제처 유권해석을 확보했다. 행정심판 청구와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모든 창구를 총 동원해 중재를 호소해 왔다.
결국 지난 8월 말 국토부 대광위가 ‘트램 주행구간 도로 지정 후 공공기관(도로교통공단)의 교통시설안전진단을 먼저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경찰 심의를 추진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행정적 출구는 마련됐다.
절충안은 도출됐으나 입법 지연의 대가는 개통 연기로 이어졌다. 안전진단에만 5개월이 걸려 내년 3월에나 완료된다. 시는 대광위ㆍ경찰 등과 TF를 꾸려 절차를 최대한 병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확정 개통 일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위례선 사태가 국내 ‘1호 트램’으로서 치른 수업료인 동시에, 향후 후속 트램 사업에는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국내 최초 트램도입에 따른 제도정비 과정에서 개통이 지연돼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관계기관 협의와 제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남은 안전 절차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해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통 지연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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