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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전자의 3분기 성적표는 ‘반도체 단일 엔진’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반도체 부문이 분기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벌어들이는 동안 완제품(DX) 부문은 8000억원 적자를 냈다. 부품 가격 상승의 수혜와 부담이 한 회사 안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당장의 수익성을 반도체가 떠받치는 동안 AI 인프라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실적 개선의 과실을 주주와 나누는 전략을 병행한다.
시장에선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호황 지속 여부다. 회사는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을 예상하면서도 “클린룸을 먼저 확보한 뒤 수요를 보며 설비를 탄력적으로 들이겠다”며 투자 속도 조절 여지를 남겼다. 다른 하나는 이익 쏠림 속에서 DX 부문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다. 반도체 호황이 길어질수록 완제품 원가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여서, 두 사업의 균형이 중장기 과제로 남았다.
HBM4 앞세운 메모리 질주…공급난은 2028년까지
DS부문의 실적 개선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HBM4 판매를 대폭 늘리고,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메모리 사업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9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도 AI 인프라 구축 경쟁 가속화와 퍼스널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전례 없는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양한 시장조사기관의 의견을 살펴보면 2028년에도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협상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 물량은 당사 제품 경쟁력을 감안한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된 상태”라며 “주요 고객들의 추가 증량 요청도 지속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전체 HBM 매출 가운데 HBM4 비중은 6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어 “하반기 중 전체 D램 점유율과 같은 수준의 HBM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샘플을 출하한 HBM4E도 고객 초기 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사업도 반등을 모색한다. HBM 베이스 다이 매출 성장과 선단공정 판매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개선됐고,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 등으로부터 2나노 공정 수주를 확보했다. 올해 2나노 수주 과제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에는 2나노 2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하고, 미국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공급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DX, 내년도 쉽지 않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완제품 사업에는 부담이다. DX 부문은 매출 52조100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MX 사업부는 폴드8 등 플래그십 출시와 프리미엄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하지만 4분기 이후에도 플래그십 중심의 경쟁 심화가 전망되고, 원가 상승으로 2027년은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 회사는 글래스, 트라이폴드 등 폼팩터 혁신과 운영 효율화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스템LSI 쪽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고 중저가 모델이 축소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TV(VD)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종료로 수요가 줄었지만 프리미엄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하락을 제한했다. 내년 TV 시장은 성장 정체와 소폭 감소가 전망된다. 생활가전은 가전 구독과 B2B 확대로 판매는 호조였으나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이익이 줄었다. 환율 하락도 변수여서, 전사 영업이익에 전분기 대비 약 10조원 규모의 부정적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입·지출 통화 조정과 달러 조기 매각으로 환노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디스플레이와 하만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탰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의 신제품 적기 공급과 대형 패널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만은 전장·오디오 제품의 견조한 판매와 미국 관세 환급 영향으로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달성했다.
최대 75조원 추가 환원…자사주 소각·우선주 비중 주목
이날 공시의 핵심은 주주환원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보통주·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 총 30조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우선주 배당금은 약 3조6917억원이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1.7%, 우선주 2.2%이며, 지급은 다음 달 27일 예정이다.
상반기 배당 4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현금배당은 총 35조원이다. 8월 이사회가 의결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 90조~110조원에서 집행·확정분을 뺀 잔여 재원은 55조~75조원이다. 삼성전자는 이 재원을 현금배당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치로 보면 총 110조원 가운데 70% 안팎이 아직 집행 전이라는 얘기다.
눈여겨볼 대목은 우선주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장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때 시장 상황을 반영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적극 조정하겠다고 했다. 잔여 재원의 최종 규모와 실행 방안, 2027년 이후 신규 주주환원 정책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발표된다. 다니엘 오 삼성전자 IR팀장은 “지속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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