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 사외적립은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보호하고 퇴직금 체불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다. 그러나 적립 의무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운용 과정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당정은 29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2028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고,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554조원에 이르지만 연간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기업의 경영 악화나 폐업으로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적립금의 운용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적립 의무화는 기업 내부 사정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이 흔들리는 문제를 줄인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적립금을 외부에 맡기는 것과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전문적인 운용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외적립 확대만으로 근로자의 실질적인 노후소득을 늘리기 어렵다. 기금형 퇴직연금 역시 운용 주체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과정에서 전문적인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수익률과 위험 관리 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운용 의사결정이 정부나 정치권의 단기적 정책 목표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지배구조와 투명한 감시·공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는 근로자의 노후를 지키기 위한 출발점이다. 적립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사외적립 확대가 실질적인 노후소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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