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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제공:국토교통부) |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지난해 11월 9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는 준공도면 미공유와 주먹구구식 현장 실측, 엉터리 구조안전성 검토, 원도급사·발주처의 관리 부실이 맞물린 총체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기둥이 버티는 힘은 과대평가하고 구조물 무게는 과소평가해 작성된 부실 해체계획 도면이 참사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국토교통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조사위원회(사조위)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높이 63.4m의 보일러타워 5호기가 철거 작업 중 무너지면서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조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는 타워를 발파 해체하기 전 구조물 일부를 미리 잘라내는 ‘사전 취약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자들은 해체계획 도면에 맞춰 기둥을 절단했으나, 애초 도면 자체가 잘못 설계된 탓에 과도하게 잘려 나간 기둥이 상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지며 꺾이는 ‘국부좌굴’ 현상이 발생해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계획보다 기둥을 더 많이 절단한 것은 아니었으며, 부실한 구조검토를 바탕으로 수립된 해체계획 자체가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구조검토 과정의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일러타워는 상부로 갈수록 기둥 철판 두께가 얇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해체 전문 하도급업체는 준공도면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상층 기둥 단 한 곳의 두께만 측정한 뒤 이를 상부 기둥 전체에 일괄 적용해 해체도면을 그렸다. 해당 하도급업체는 사조위 청문회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 상부 기둥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실제 붕괴가 시작된 높이 26.2∼27.2m 지점의 기둥 실제 두께는 15㎜에 불과했으나 구조검토에서는 24㎜로 부풀려 계산됐다. 반면 구조물 무게는 실제 중량(3525.8t)보다 약 520t(17.3%)이나 가벼운 3005.8t으로 축소 산정됐다. 기둥 절단에 따른 국부좌굴 가능성 검토나 노후 구조물 변형·손상에 대비한 안전 여유 확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사고 전 구조검토에서는 하중이 설계강도의 95% 수준이어서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지만, 사조위가 실제 제원과 국부좌굴 가능성을 반영해 재검토한 결과 붕괴 지점의 하중은 설계강도의 120%에 달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였다.
도면 검증 체계의 공백과 원도급사·발주처의 관리·감독 태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준공도면이 하도급업체에 제대로 전달됐거나 높이별 실측만 이뤄졌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준공도면과 해체도면을 비교·검증하는 절차와 책임 주체가 전무했다. 원도급사인 HJ중공업은 하도급업체의 판단에만 의존해 시공상세도와 현장 조건의 일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발주자인 한국동서발전 역시 공사 참여 주체들을 체계적으로 총괄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해체공사 현장조사 강화 ▲해체공사 기술기준 마련 ▲고위험 해체공사 설계·시공 관리 강화 ▲발주자 책임 강화 등을 권고했다. 특히 고위험 해체공사는 구조전문가 등 독립된 제3자의 해체계획 검증을 의무화하고, 준공도면과 현장 실측자료를 반드시 대조·확인하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종합해 해체공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사 결과를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해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처분과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협조할 방침이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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