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임성엽 기자]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 시공이나 자금조달 책임은 회피한 채 총매출액의 2%가 넘는 고액 수수료만 챙겨온 불합리한 공동시행 관행에 서울시가 철퇴를 내렸다.
시는 소규모정비사업 공동시행 계약 45건을 분석하고 조합 2곳을 실태점검한 결과, 불투명한 선정 절차와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 등 심각한 계약 구조 문제가 확인돼 전면 개선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공동시행 제도는 자금력과 전문성이 취약한 조합을 건설업자가 초기부터 지원하도록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건설업자는 일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체)와 유사한 행정 보조 업무만 하면서 자금조달ㆍ시공 책임은 지지 않고 고액 수수료만 챙겨 문제가 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기준 3개 건설업자가 참여 중인 45개 구역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전 사업장에서 총매출액의 2.0~2.8%를 수수료로 책정했다. 이는 통상적인 분양수입 기준으로 환산할 때 정비업체 용역비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총매출액 산정 기준이나 예상 총액을 명시한 계약은 전무했다.
특히 35건은 분양수입이 발생하기도 전인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수수료의 60~70%, 착공 시까지 최대 80%를 선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정비사업 표준협약서에 필수적인 이행보증, 사업비 공동계좌, 금품ㆍ이권 개입 금지 규정도 대부분 누락됐다. 정비업체와 달리 건설업자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만으로 선정돼 경쟁과 검증 절차도 우회했다.
현장 비리도 적발됐다. 서울시가 지난 7~8월 민원이 제기된 2개 조합을 점검한 결과, 부적정 사항 49건을 적발해 수사의뢰 9건, 시정명령 21건, 행정지도 19건을 처분했다. 주요 위반 사항은 △공동시행자 선정 시 입찰공고와 총회 평가배점표 불일치 △동의서 내 건설업자 자격·역할·수수료 미기재 △총회 의결 없는 용역계약 체결 및 초과 지급 △착공 전 수수료 80% 선지급 등이다.
서울시는 8월과 10월 국토교통부에 건설업자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시공 책임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을 건의했다.
법 개정 전 시 차원의 안전장치도 즉각 가동한다. 시는 오는 12월 △선정기준 △표준동의서 △표준협약서를 마련해 자치구와 조합에 우선 배포·적용한다. 아울러 시·자치구·전문가 합동 기획점검을 정례화해 위법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법 개정 전이라도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울시 표준협약서 적용, 건설업자별 추가 점검을 이어가겠다”며 “문제가 확인된 구역은 철저히 관리해 조합원 권익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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