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는것 보다 주택 수급 안정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윤수기자 ays77@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정부의 역할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르내리는 집값을 정부가 억지로 잡으려다 보면 정책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결과물인 '집값'이 아닌, 그 원인에 집중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서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정부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주택 수급 안정과 주거복지에 목표를 둬야 한다"며 "가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모든 정책이 어그러지고, 국민은 불행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가 연달아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차피 위기는 온다. 먼저 대응해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위기가 터지고 나서 단계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는 확실한 위기가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의 80% 정도는 먼저 풀었다. 상당히 힘있는 대책을 내놨다고 할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건설업계가 크게 위험했을 수도 있다. 작년 말 많은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금융쪽에서 먼저 대응하면서 큰 탈 없이 극복했다.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건설사의 재무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프로젝트를 건별로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과거 외환위기(IMF) 때 우리는 하루아침에 당했다.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채권만 발행하다가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외화 조달을 허용했고, 단기 자금을 유통하다가 1997년 만기가 다가오는데 외국계 은행들이 연장을 안 하면서 한 번에 터졌다.
위기 징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 파급력이 우리에게 얼마나 크게 미칠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의 위기는 최고 단계에 이른 건 아니라고 본다. 작년 10월 말 미국의 금리가 더 오르면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질 테니 먼저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와 지금이 다른 점은 과거에는 한 번에 터졌다면, 지금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태풍이 오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는것 보다 주택 수급 안정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윤수기자 ays77@ |
△ 주택시장 전망은?
지금 정부가 선제 대응하고 있어 시장의 고꾸라지는 기세가 조금 둔화됐다.
그렇다고 하락세가 멈춘 건 아니다. 지금도 계속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매수심리지수를 보면 아직 100 이하다.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는 거다.
다만 작년 10월경 주간 주택가격 하락률이 -0.45%까지 갔다가 12월에는 -1.0%까지 갔다. 지난달에는 다시 -0.40%가 됐다. 올해 3월쯤 돼야 하락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
지난 30년 동안 주택가격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건 수급 상황이다. 두 번째가 경제성장률이고 금리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다 보니 금리 영향이 커졌다.
금리는 낮아질 거다. 금리가 진정되면 일부 지역은 다시 강보합세로 돌아설 수 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정부 발표에 이어 1기 신도시 특별법도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회복하는 면도 있다.
집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간다. 지난 2020년부터 2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3%인데 집값 상승률은 15%에 달했다. 사실 급등한 건 맞지만 이전 30년 흐름을 보면 비슷하게 흘러갔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불패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2030년까지는 수요 증가 요인이 남아있다.
특히 2026년까지는 주택시장에 30세에 도달하는 수요자가 증가한다. 지난 5년 동안 30세가 되는 인구가 연평균 68만명 정도였는데 앞으로 7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은 경제활동 인구(15세 이상)를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결혼하거나 독립 가구를 꾸리는 30세 이상부터가 시장에 영향을 준다.
지금은 하락세가 멈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망이 너무 우울하지만은 않다.
△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목표가 되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수요를 막으려 하게 된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 분양가를 통제하니 공급이 더 위축됐다. 분양가를 억누르지 않았다면 주변 시세만큼 분양가를 책정해 적당한 수준에서 공급됐을 텐데, 억누르다 보니 공급이 안 됐고 결국 시세가 더 올라버렸다.
정부는 주택 수급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집값만 볼 것이 아니라 택지를 준비하고 인허가도 추진하면서 입주 물량을 살펴봐야 한다. 더 나아가 '유효 수요'를 봐야 한다. 집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분석하고, 그 사람이 어느 지역에 집이 필요한지 '유효한 택지'를 준비해야 한다.
주택 수요가 많아져도 공급하는 데까지 시차가 있다. 때문에 현 정부는 지금 택지 공급 상황에 문제가 없더라도 지구 지정을 해놔야 한다. 땅이라도 준비해 놓으면 수요자는 분양만 받아도 당장은 안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거복지다. 중산층 이상 가구는 스스로 주거행복을 찾아갈 능력이 있다. 문제는 중산층 이하 서민이다. 자금이 없어 주거행복을 못 누리는 사람을 위해 복지에 신경써야 한다.
임대주택 품질을 높이기 위해 표준건축비 올려야 한다. 건축비가 낮으니 골조를 뺄 순 없고 결국 마감재 품질을 낮추게 된다.
과거 표준건축비는 분양과 임대아파트에 똑같이 적용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분양가 자율화가 되면서 분양아파트에 대한 기준이 없어졌다. 임대아파트는 건축비 기준이 필요하니 표준건축비를 임대에 적용했다. 다시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표준건축비를 분양아파트에 쓸 수 없어 분양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만든 거다.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두 번씩 올라 지난 17년 동안 35번 올랐다. 반면 표준건축비는 딱 4번 올라 기본형 건축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수준으로 임대아파트를 지을 순 없다.
△ 미분양 물량 매입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정부가 미분양을 매입해봤자 얼마나 사들일 수 있겠는가. 1조원을 투입해도 분양가가 5억원이라면 2000가구밖에 못 산다. 분양가가 비쌀 때 매입해도 문제다.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적 기관은 자금이 있으면 집을 지어야지 미분양을 매입할 건 아니다. 공공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임대를 더 지어야 건설 경기가 돌아간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년 동안 연평균 38만가구가 주택 인허가를 받았다. 그전에는 50만~60만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는데 30%가 줄어든 것이다.
올해도 비슷할 것이다. 35만~40만가구를 넘기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이 또 준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에서 건설에 투자해 나머지 인허가 물량을 맞춰야 한다.
건설업계는 정부에 여유자금이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미분양을 매입할 수 있도록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을 하루빨리 복원하고, 관련 세제와 금융을 정비해달라고 건의해야 한다.
임대사업을 해본 사람은 주택가격이 저렴할 때 사 놓았다가 상승기에 차익을 본 경험이 있다. 악의적인 갭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게 하면 된다. 임대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리는 것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세사기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의 미분양 매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오진주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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