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정부가 올해 초부터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주택매수 수요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계약률로 시끄러웠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단지는 무순위 청약의 평균 경쟁률을 46대 1로 마감, 22일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무순위 청약에 대한 규제가 해제되면서 다시 '줍줍(미계약 물량)' 수요도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줍줍'을 잘못 주워먹다가는 세금과 대출이자 부담만 가중될 수 있어 손익 계산을 따진 후에 참여하라는 조언이다.
◆ 청약통장 없어도 줍줍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발표함으로써, 1주택자는 앞으로 청약 당첨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주택을 보유한 유주택자는 신축 분양에 당첨되면 입주 가능일로부터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했다. 처분에 동의하지 않으면 당첨 순위는 후순위로 배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이같은 규제가 사라진 것이다.
무순위 청약요건도 대거 풀리면서 분양 지역에 거주해야만 했던 규제도 해제됐다. 전국구 모집이 가능해지고 세대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가 아니더라도 청약 가능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셈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도 무순위청약 규제가 풀리면서 29·39·49㎡ 등 소형평수가 22일 모두 계약됐다. 예비당첨자들도 계속 대기 중이었던 만큼 완판은 시간문제였다.
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중도금 대출도 가능해진 만큼 자금조달도 수월해졌고, 이달 말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끝날 예정이라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최대 10년이었던 서울과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 1년, 그 외 지역 6개월로 완화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매제한은 과밀억제권역을 적용받아 1년으로 줄어든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전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올해 서울 지역의 분양 단지가 늘어날 예정이라 이같은 '줍줍'을 노리는 다주택자 등이 분양 일정에 주목하고 있다. 강북권의 휘경자이 디센시아(휘경3구역)와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을 비롯해 강남권의 방배5, 6구역 및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분양도 예정돼있다.
◆ 주택법 개정 언제되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가 있다. 법 시행령은 부처가 개정할 수 있지만, 법은 국회 통과가 필수다.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취득세 중과 완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1일 주택 취득분부터 징벌적 취득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제 관련 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소형평수를 줍줍한다고 해도 취득세가 5000만~6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본인의 자금사정을 잘 따져봐야 한다.
실거주 의무 폐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택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청약 당첨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는 살아있다.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급적용될 수 있지만,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중도금대출 이자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중도금대출 금리는 6~7% 수준이다. 분양가 9억원이라면 중도금 60% 전액 대출 기준 이자만 2700만원 수준이다. 취득세도 수천만원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인한 무순위 청약 및 줍줍 수요가 많아졌지만 무턱대고 계약했다가는 기존 보유 주택으로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다양한 가능성과 손익 계산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희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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