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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예방보다 처벌 우선”… 경영책임자 엄벌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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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4-26 16:44:11   폰트크기 변경      
[한국제강 CEO 중대재해법 위반 첫 실형] 판결 파장과 전망

법 유예기간 중에도 사망사고
사업장 구조적 문제 극복 초점
고용부 ‘사전 예방’ 강조 불구
사법부 판례로 처벌 등 구체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1ㆍ2호’ 판결은 원청업체 대표가 중대재해 발생 이전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지 여부에서 처벌 수위가 크게 엇갈렸다.


한마디로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에 법정 구속 등으로 엄벌할 수 있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준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한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4건 중 두 번째 판결이라 법조계는 물론, 산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아직 없는 상황에서 이제 막 법원 판결을 통해 처벌 수위 등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1호 판결인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이번 사건의 형량이 엇갈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다수의 동종 범죄 전력’이라고 보고 있다. 


온유파트너스 대표의 경우 동종 범죄 전력이 없었던 반면, 한국제강에는 이미 여러 차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제강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기간인 2021년 5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3월 다시 사망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씨는 2007년부터 한국제강의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겸해왔다.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모두 인정된 케이스”라며 “과거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로 처벌받았던 전력이 그대로 승계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피고인의 변호권 보장을 위해 항소가 예상되는 경우 법정 구속까지 하지는 않는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에 따라 엄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중대재해센터 공동센터장인 조상욱 변호사도 “한국제강처럼 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에서 사고가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가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통한 중대재해 예방’인 만큼, 법원도 그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용노동부가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처벌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법원 판결이 정부 기조를 따라갈 것이란 예상은 그야말로 착시 현상”이라며 “고용노동부와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별개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준과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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