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로봇과 함께 걷는 골프 라운딩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8-14 06:00:13   폰트크기 변경      
로봇캐디ㆍ로봇카트 투입 늘리는 골프장

‘워킹골프’ 지향하는 ‘파인비치’도 가세


AI 로봇 트롤리와 함께 걷는 골프 라운딩 / 사진 : 파인비치 제공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로봇 캐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니, 이미 열렸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나인 홀 퍼블릭 골프장을 중심으로 로봇 캐디, 로봇 카트를 도입한 골프장이 늘고 있는데 프리미엄 명문 골프장인 파인비치 링크스가 가세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파인비치는 원하는 골퍼들에게 ‘AI 로봇 트롤리’를 제공하고 있다. 카트와 캐디 없이 AI 로봇 트롤리와 함께 걸으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캐디백을 실은 1인용 트롤리 제어판에 있는 모드 버튼을 누르면 트롤리는 바로 “트랙킹 모드”라고 안내한다. 그리고 뒤돌아 걸으면 트롤리가 골퍼를 졸졸 따라온다. 카트 도로는 물론이고 코스 안으로도 따라 들어온다.

골퍼가 떨어진 공을 찾아 걸음을 멈추면 로봇 트롤리도 멈춘다. 거리를 재고 채를 골라 샷을 날린 후 백에 넣는다. 다시 버튼을 누르고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 트롤리가 따라온다. 경기 내내 함께하는 동반자다. 그린으로도 들어올 수 있지만, 잔디 관리를 위해 자제하는 게 매너다.

카트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코스 정보, 스코어 등록 등 라운드에 필요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AI 로봇 트롤리 / 사진 : 파인비치 제공


경험한 골퍼들의 반응은 좋다. 일단 졸졸 따라오는 트롤리가 재미있고 신기하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오히려 캐디가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경기할 때보다 진행이 원활하다는 반응도 있다. 캐디에게 원하는 클럽을 외치고 기다리거나 받으러 가는 시간이 필요 없다. 그저 그린을 향해 슬슬 걸어가면 된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유독 걷는 걸 좋아하는 동반자를 만나게 되는데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보다는 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봇 트롤리와 함께하는 골프에서는 계속 잔디를 밟으며 여유롭게 걷을 수 있다.


스마트폰 등 소지품 수납공간, 우산꽂이, 직진과 브레이크 설정 등의 세심한 기능도 눈길을 끈다. 수동 모드로 설정하면 유모차를 끌거나 밀듯이 이동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캐디가 불러주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클럽을 고르고 라인을 계산하면서 ‘진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걷는 골프는 스포츠이면서 건강이고, 소통이며 자연을 만끽하는 감상과 여유다. 골프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파인비치가 로봇 캐디를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골프장은 최근 ‘진짜 골퍼들을 위한 CC’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허명호 파인비치 링크스 대표의 골프철학인데 ‘노 캐디ㆍ노 카트ㆍ셀프 플레이(No CaddyㆍNo CartㆍSelf-Play)’로 요약된다. 스스로 계산하고 고민하고 성취하면 골프의 재미는 배가 된다.

허 대표의 목표는 파인비치의 ‘글로벌 TOP 100’ 진입이다.

코스와 시설, 서비스와 잔디 상태, 풍경까지 명문 골프장이 갖춰야 하는 조건은 다양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이미 명문으로 자리 잡은 파인비치는 사실 이 같은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명문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단으로 ‘워킹 골프(Walking Golf)’를 내걸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워킹 골프’, ‘진짜 골프’로 국내 골프 문화의 변화를 견인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명문 클럽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허 대표의 계획이다.


사진 : 파인비치 제공


다만,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점은 한번 생각해볼 지점이다. 캐디들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허 대표는 ‘진짜 골프’에서 답을 찾는다. 원하는 이들에게 ‘진짜 캐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카트를 운전하고, 골프채를 날라주고, 공을 닦고 놓아주는 기능이 아니라 코스와 공략법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조언하는 프로골퍼의 캐디와 같은 동반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캐디의 역할과 서비스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부 골프장에서 이용료가 20만원이 넘는 리무진 카트를 선보이고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 수요가 늘면서 캐디피, 그린피도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이다. 이는 결국 골프 수요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캐디와 카트가 필요없는 로봇 트롤리가 골프장에서 확산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다. 파인비치에서는 로봇 트롤리 이용요금으로 1인당 2만원을 받고 있다.

AI 로봇 트롤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이용자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18홀 전부를 걷는 게 힘겨운 골퍼들도 많아 기존 카트와 캐디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기술 진보의 속도를 보면 로봇 캐디가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확장성은 앞으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골퍼와 로봇 캐디가 대화하고 조언하는 기술은 당장도 실현이 가능하다. 로봇 캐디 수요가 늘어나고 보편화되면 스마트폰처럼 로봇 캐디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는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허명호 파인비치 대표는 “ICT 기술은 항상 앞서간다. 이를 도입해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2인 카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에 도움이 되는 카트비를 포기하면서 워킹 골프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골퍼들에게 운동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것”이라며 “명문 골프장은 결국 골프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골퍼들에게 제공하는 데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 : 파인비치 제공


김정석 기자 jskim@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거리 측정
거리측정기, 내비게이션 전철 밟나?


캐디 없는 ‘워킹 골프(Walking Golf)’에서는 스스로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요즘 필드에 나가보면 다들 거리측정기 하나쯤은 허리에 차고 있다. 하지만 거리측정기가 없다고 해서 새로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ICT 기술의 골프 접목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로봇 캐디와 함께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분야가 거리측정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눈에 대고 보는 거리측정기는 과거 내비게이션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후반에 내비게이션이 나오자 너도나도 기기를 차에 달았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출현하면서 내비게이션 기기는 금세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신차에 부착된 경우를 제외하면 따로 내비게이션을 다는 이를 찾기 어렵다.

거리측정기도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줄 날이 머지않은 상황이다. 타겟까지의 거리를 측정기로 찍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다 알려주는 앱 출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최신 버전이 골프장 IT솔루션 기업 스마트스코어의 ‘모두의 야디지’다. 골프 스코어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기능으로 출발했던 스마트스코어 앱만 있으면 거리 측정기 없이 코스와 그린 모든 곳의 거리와 높이를 정확히 찾아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스크린골프를 칠 때처럼 코스 지도와 거리를 보여준다. 드론 화면으로 코스 전체를 미리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모두의 야디지 화면 / 사진 : 스마트스코어 제공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먼저 라운드 후 실제 사용한 클럽의 평균, 최대 비거리 등 다양한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다. 클럽별 거리 편차와 같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내게 연습이 더 필요한 클럽을 알 수 있다.

이 앱은 골프장 솔루션을 기반으로 핀 위치를 라이브로 제공한다. 제휴사가 아닌 골프장이어도 모두의 야디지 이용자들끼리 정확한 핀 위치를 공유할 수 있다.

‘라이브 톡’ 기능도 있다. 이용자들끼리 실시간으로 코스와 그린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채팅이 가능하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는 “모두의 야디지 서비스를 통해 골프장을 이용하는 다른 골퍼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코스를 공략하는 기능에 고객들이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며 “즐거운 골프 생활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골프 포털로의 면모를 앞으로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jskim@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jskim@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