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47개 단지 리모델링 추진
정부ㆍ서울시 재건축 규제완화에 리모델링 동력 잃어
[대한경제=최중현 기자] 정부와 서울시의 정비사업정책이 재건축규제 완화로 쏠리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기존 리모델링 추진단지에서도 재건축으로 선회를 검토하는 등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들은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업 동력마저 잃고 있다.
5일 리모델링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국 147개 노후단지(11만9011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2021년 1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에서 2022년 94개 단지(7만889가구)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월 138개 단지(11만2144가구)로 급증했다.
재건축(30년)보다 연한이 15년 짧고 사업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수년간 리모델링 사업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1기 신도시 일부 리모델링 단지에서는 재건축을 재검토하는 등 관망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종 상향을 비롯해 법적 상한 용적률의 150%까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서울시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노후 골조 활용에 의한 안전 및 품질 우려, 고밀도 개발임에도 공공기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대부분 노후 단지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하고 싶어 한다”며 “(리모델링 추진단지 중)주거가 불편하고 주차장 사정이 열악하거나, 혹은 재산 증식을 염두에 둔 단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100여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이 시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리모델링해야하는 정책적 수요는 많이 줄었다”며 “리모델링이 벌어진다는 것, 그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깊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방안’을 발송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이 기준을 사업시행인가 단계부터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내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총 73개로, 사업계획승인 이전인 64개 단지가 강화된 안전기준이 적용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배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리모델링 단지 주민과 업계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지만, 현재 리모델링 추진 단지 대부분은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다”라며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당장 제정되더라도 모든 단지에 용적률 상향이나 종상향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 시 시간도 소요되고 공공기여도 높아 현실적으로 사업성을 따져봤을 때 재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중현 기자 hig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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