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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앞으로 짓는 아파트보다 '있는' 아파트 관리 중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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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5 06:00:33   폰트크기 변경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지난 5일 경기 안양시 사옥에서 진행된 <건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택관리시장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약 80%는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은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정부 주도로 주택공급에 나섰고,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지방 광역시에 이르기까지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다. 당시 공급된 아파트가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고 있고, 수도권 외곽에는 신도시 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지금도 새 아파트가 전국 곳곳에서 올라가고 있지만 한켠에서는 "곧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시대는 지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정비사업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새집을 만들 수 있지만, 도시가 완성 단계에 들어서 초고층 주택이 즐비해지면 재건축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이런 문제에 집중했다. 공동주택관리 전문기업인 우리관리는 관리하는 사업장 수 기준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에서 1350여개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관리 면적은 1억995만1810㎡로 1억㎡를 넘겼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2차와 부산 엘시티더레지던스 등을 관리하고 있다.

노 회장은 주택관리업계는 시공업계 못지 않게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건물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관리 외에 대규모 수선공사 등 장기수선계획이 중요하다"며 "이를 체계화하고 주택관리업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장수명 주택'이 주목받으면서 주택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일상적인 관리와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다. 일상적인 관리는 시설물 유지·보수와 청소, 경비 등 반복하는 일이다. 입주민에게 매달 관리비로 청구하는 업무다.

또 다른 축이 장기수선계획이다. 건물의 장수명화는 장기수선계획과 직결된다. 공동주택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이라는 매력적인 수단이 있다 보니 장기수선계획에 소홀했다. 페인트만 다시 칠하고 지내다가 재건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재건축이 어려운 아파트가 계속 지어질 것이다. 앞으로 공급하는 아파트보다 이미 공급된 '재고 아파트'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우리보다 먼저 도시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장기수선계획 대응 능력이 높다. 일본은 맨션관리회사들의 전체 매출 중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공사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특히 일본은 동네 업체가 아닌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전문업체가 대규모 수선공사를 한다. 비용은 높아질 수 있지만 단순히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게 아니라 입주민과 상의해 단지 입구를 바꾸면서 새 아파트처럼 유지한다.

반면 국내 관리회사의 주 업무는 아직 일상적인 관리에 머물러있다. 앞으로 입주민들이 세우는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국내 관리회사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관리를 맡게 됐는데 지난 20여년 동안 한 번도 장기수선계획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강남 대표 단지인데 주차장 바닥부터 낡았더라. 입주민들과 상의해 공사를 했더니 입주민들이 정말 좋아했다.

다만 아직 관리회사가 장기수선계획 관련 공사에 관여하면 이권을 챙기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다.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사는 그 규모가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데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공사를 발주하므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리를 저지를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 현재 주택관리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공동주택 관리 업무에는 많은 법이 관련돼 있다. 현재 아파트 시설은 각종 법에 따라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두게 하고 있다. 전기안전관리법에 의해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고, 화재예방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를 둬 점검을 해야 한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른 정기·정밀안전점검 외에도 기계설비법에 따라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자와 승강기 안전관리자, 도시가스 안전관리자, 영상정보처리기기 안전관리자 등도 있다.

물론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양한 이익단체가 관여하면서 의무 선임자 규정이 무분별하게 생겨난 측면도 있다. 처음부터 일상적인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면 이렇게 전문관리자를 상주시킬 이유가 없다. 필요할 때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점검하면 된다.

이처럼 늘어난 의무 선임 규정은 결국 입주민에게 부담이 된다. 관련 규정이 난립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안양시 사옥에서 진행된 <건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택관리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우리관리뿐만 아니라 국내 공동주택관리업체가 주거문화 종합서비스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설관리를 넘어 세대관리 또는 고객관리로 서비스 제공 영역이 확장돼야 한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주거복지적인 측면에서도 입주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국내 공동주택의 90%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회사에 업무를 맡기는 위탁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위탁관리를 맡기면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관리회사가 역량을 펼치기 쉽지 않다.  위탁관리 수수료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현재 제도나 인식 아래에서는 입주민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고객이고 누구나 입주자대표가 될 수 있다. 아파트 관리 분야에 비리가 많다는 인식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획일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입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리를 제공하기 힘들다. 다방면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춰 공동주택관리업계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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