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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는 무리한 기소… 반도체 등에 업고 글로벌 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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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5 17:16:30   폰트크기 변경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무죄] 법원 판결 배경과 전망

합병, 승계 위한 유일한 목적 아냐
‘프로젝트-G’ 문건, 보고서 불과
삼바 회계, 회계사들 제대로 처리
檢, 이 회장과 연결고리 설명 못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둘러싼 형사재판 1심은 검찰의 완패로 마무리됐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 왜곡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 등을 총괄 지휘했다는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은 내놓지 못한 탓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결국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세 조종 등 3가지 주요 혐의 무죄


검찰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된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는 등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과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결국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삼성바이오 상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ㆍ불법행위를 밝히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끌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차장검사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이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시세 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크게 3가지였다.

검찰은 삼성 측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산정하고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세조종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이 회장의 지분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대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를 통해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갖고 있던 이 회장이 합병 이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마다 “증거가 부족하다”,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제일모직ㆍ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약탈적 불법 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했던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미래전략실 자금파트에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며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고 봤다.

검찰 수사의 출발점이 됐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 부메랑


특히 법조계에서는 과거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과 함께 이 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는데도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했다는 사실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검찰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 회장 사건 전까지는 8차례 모두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따랐다.


그런데 유독 이 회장 사건에서는 수사심의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는 등 자의적으로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당시 검찰은 이 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 구속영장 청구로 맞불을 놨는데, 법원은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ㆍ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A변호사는 “수사심의위에서 ‘이 회장을 기소해야 하는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는데,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9(불기소) 대 3(기소)이라는 압도적인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심의위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판사를 설득시킬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였다면 이 사달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무리하게 항소와 상고를 이어간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일 뿐만 아니라, 어떤 국민이 그걸 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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