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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법적 리스크 선제대응 필요… 보고ㆍ지시체계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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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5 06:00:37   폰트크기 변경      
[중처법 확대 긴급점검 포럼] 대경 주최… 법조계의 해법

안전 대응 소홀한 중소사 계약 소외

고용부 발간 가이드라인 적극 활용

현장ㆍ작업별 관리감독자 지정 필요

원청기업, 지원 시스템 구축도 중요

검찰ㆍ법원,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24일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긴급점검 포럼’에서 법조계 전문가들은 교육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중대재해 예방책과 함께 다양한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1월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확대됐지만, 아직도 사업장 대다수가 법 해석이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대비가 미흡한 건설업체의 경우 발주자나 원청이 계약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소규모 건설현장이라도 반드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종합건설업 등록을 하려면 토목공사업은 6명 이상, 건축공사업은 5명 이상, 토목건축공사업은 11명 이상의 건설기술인이 필요하다 보니 종합건설업사라면 사실상 모든 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긴급점검 포럼’에서 법무법인 화우의 김성호 변호사가 ‘건설 사업장의 협력적 안전보건 확보의무 모색’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법무법인 화우의 김성호 변호사는 “건설 사업장의 도급인과 수급인이 같은 업무에 대해 중복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하청업체들의 경우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규모 업체라도 기존 인력을 활용하거나 신규 채용 등을 통해 단 1명이라도 안전보건 업무 담당 직원을 확보해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따라하기’ 등 고용노동부 발간 자료를 적극 활용해 최소한이라도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후 자체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적절한지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완한다면 비용 절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건설 사업장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안전보건 업무,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운명 공동체’”라며 “도급인과 수급인이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ㆍ협력하는 동시에 비교적 자금과 인력, 경험이 풍부한 도급인(대기업)의 안전보건 조치 확보 역량이 수급인(중소업체)은 물론, 산업 전반에 전파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긴급점검 포럼’에서 법무법인 율촌의 정유철 변호사가 ‘건설현장 중대재해 주요 대응사례 및 법률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법무법인 율촌의 정유철 변호사도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대표자가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고ㆍ지시 체계를 정립하는 한편, 안전담당자 지정은 물론 작업단위별로 관리감독자를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별로 활동체계를 수립하고 관련 문서를 보존ㆍ관리하는 등 법 대응을 위한 기초 형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1회성 점검이나 개선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에서 명확한 법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세종의 중대재해 대응센터장을 맡고 있는 진현일 변호사는 “검찰 처분과 판결에서 제시된 법 해석 기준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소’ 사건인 두성산업 사건 1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됐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가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이 나올지 불투명한 만큼, 검찰과 법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 변호사는 “여소야대라는 총선 결과에 따라 당분간 법 개정은 어려워 보인다”며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과 이행 수준은 어느 정도로 요구되는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및 예견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긴급점검 포럼’에서 법무법인 세종의 진현일 변호사가 ‘검찰 처분과 판결 분석을 통해 본 중대재해 수사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사고 경위 파악과 함께 유족과 피해 근로자에 대한 합의 등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사건 초기에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인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조사 대상인지 등 피의자를 특정하고 입건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지금까지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15건으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2건이고, 나머지 13건은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6개월~1년 6개월)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첫 실형이 선고된 한국제강 사건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지난 8일에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엠텍의 대표이사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안전 점검에서 위험성이 확인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해 결국 근로자의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이유다. 징역 2년은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검을 통해 확인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실제 사고가 벌어졌을 때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철 변호사는 “안전점검이나 근로감독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반드시 적시에 시정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개선 여부 및 개선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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