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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술형입찰 시대]<상>④ ‘투명성’ 반기면서도…제안서 상호평가엔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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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16 05:00:28   폰트크기 변경      
‘기대반 우려반’ 섞인 업계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조달청의 새로운 기술형 입찰 심의제도 도입에 건설업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엿보인다.

심의 전체 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업체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술 제안서를 상호 검토하는 대목에서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우선 조달청이 시범적으로 적용해 본 ‘군산전북대학교 병원건립사업’과 ‘충청내륙고속화도로∼충주역(검단대교) 도로 연결사업’에 참여했던 3개 건설사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A사는 “국가철도공단 등은 심의 현장에 참석한 사람만 중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조달청 심의는 휴대폰으로도 어디서나 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사업 기술 담당자끼리 활발한 의견 교환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B사 관계자는 “생중계를 통해 심사위원들의 비교 평가 내용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 다음 입찰 참여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의 두 시범사업에서는 경쟁사 간 기술 제안서 상호 검토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제도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저작권 및 기술유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건설사가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C사는 “어차피 설계보상비를 받기 때문에 기술 제안서의 저작권은 수요기관에 귀속된다. 심의 과정에서 상대 건설사가 더 좋은 설계를 제안하면, 발주기관이 그대로 차용해 우선협상대상자에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제안서를 통해 건설사 고유의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본다. 건설사업의 특성상 제안서만 보고 도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공건설사업 전문가들은 경쟁사 간 상호평가 내용이 심의 결과에 반영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의구심을 표했다.

현행 기술형 입찰 설계심의의 제도적 틀 안에서 경쟁사 제안서의 기술적 단점을 지적한들, 심사위원이 이를 감점으로 연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감사를 신경써야 하는 공공 발주기관의 소극 행정 관행이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담아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발주기관 고위 관계자는 “현행 설계심의 제도는 기술적으로 최고의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 간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낸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라며, “이 한계를 조달청이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조달청이 통제력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자칫 입찰 행정 기간만 늘어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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