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공사비 문제로 잇단 유찰
시공사 선정 지연 시 전력망 적기 확충 차질
그래픽:김기봉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한 핵심사업 중 하나인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이 전력구 공사 유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은 지하 터널을 뚫어 전력구 내 송전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지상 철탑 연결 방식 대비 주민 수용성 확보가 용이하고 건설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최근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해 발주한 △동해안변환소#1 AC배후계통연결 △신강서-세산 3차 △용인-화성지역(신기흥분기) 등 전력구 공사가 잇따라 유찰됐다. 동해안변환소#1 공사는 지난 4월 최초입찰에서 응찰사 전원이 예정가격을 초과한 금액을 써내 유찰됐고, 지난 22일 개찰한 재공고에선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또다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신강서-세산 3차 공사도 5월 최초공고가 유찰되고, 이달 들어 재공고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을 받았으나 1개 사만 신청해 유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공고된 용인-화성지역 공사 또한 응찰사 전원 예가 초과 투찰로 유찰됐다.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는 박한 공사비 때문이다. 최근 발주되는 전력구 공사는 전통적인 발파공법이 아닌 기계식 터널공법이 적용돼 터널굴착기계인 쉴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필수로 사용해야 한다. 특수장비인 만큼 가격이 비싸고, TBM 전문 시공업체 또한 국내에 5개뿐이라 원도급사인 건설사의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전선로 지중화 수요 증가로 한전의 전력구 공사 발주가 꾸준히 늘었고, TBM 전문업체의 공사 단가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총공사비의 변화 없이 TBM 운영 비용만 늘어나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 실행률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반면 경영압박을 느끼는 한전은 예산 부족으로 공사비 증액이 어려운 형편이다. 공공공사에서 보기 드문 예가 초과 투찰이 빈번한 이유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중화 공사는 가공선로 대비 공사비가 10배 이상 더 들어가는데, 유찰이 반복돼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송배전망 설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렇다고 재정적자가 심각한 한전이 공사비를 마냥 여유롭게 책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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